태풍 피해기업 '실질 보상책' 시급

입력 2003-09-16 10:26:50

태풍 매미가 지역 산업계에 사상 최대의 손실을 남겼지만 실제적 보상기준이 없어 피해 기업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대구 태풍 피해 기업은 16일 현재 잠정 집계만으로도 150여 업체 300억원대 수준으로 사상 초유의 기록적 손실을 입었으나 특별재해지역으로 지정되더라도 까다로운 세제.융자상 혜택만 있을 뿐 현실적 피해 보상 규정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군.구를 비롯 지역 경제단체들 중심으로 구성한 피해대책조사반도 현장 답사 없이 단순 전화 조사로 일관해 피해 업체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달성공단내 대덕직물 경우 산사태로 인해 공장 5천여평이 1층 높이까지 모두 물에 잠겨 달성군 잠정집계 기준으로 31억8천만원 상당의 손실을 입었다. 400~500만 야드에 이르는 원단 대부분이 침수됐고 공장내 기숙사, 경비실 등이 일부 파손됐다.

정완택 대표는 "복구 작업에 수십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화재보험에만 가입돼 있어 그 어디에도 피해 보상을 호소할 데가 없다"며 "일개 기업으로는 도저히 자체 복구가 불가능한 사상 최대 피해임을 감안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 회사는 15일 베트남으로 선적해야 하는 나일론(10만야드) 원단 경우 일주일안으로 납기를 맞추지 못하면 야드당 4달러, 총 40만달러의 클레임을 물어야 하는 절망적 상황에 처해 있다.

달성공단내 알루미늄 주조물, 자동차 및 오토바이 부품 등을 생산하는 남선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 김종렬 상무이사는 "공장파손 등의 겉으로 드러나는 피해(10억원) 보상도 문제지만 기계 작동 전면 중단에 따른 손실 보상이 더 큰 문제"라고 한탄했다.

하루 15t씩 6천만원에 이르는 각종 제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정상조업까지는 2, 3개월이 지난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생산 차질에 따른 피해 보상 기준은 전무하다는 것.

대구시에 따르면 특별재해지역으로 지정될 경우 이 지역 중소기업은 시설.운전자금의 우선융자, 상환유예.기한연기 및 이자감면과 특례보증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지만 이에 대한 지역 기업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각종 까다로운 심사 조건과 관공서 피해 조사 과정을 거치다 보면 복구 시기를 놓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데다 말이 좋아 우선융자지 어차피 담보, 신용 등 금융기관의 평가를 거쳐야 해 돈 빌리기가 쉽잖다는 것이다.

기업별 수십억원대의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달성공단내 업체들 경우 금융.세제 지원에 앞서 정확한 피해 규모를 산정할 수 있는 현장 답사가 최우선이지만 모든 관공서 및 경제단체들은 피해 복구에 정신이 없는 업체들에 단순 피해액 조사로 일관하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 중소기업청은 15일 낮 12시 현재 부산과 울산지역에서 220여개 업체가 77억원의 피해를 본 것을 포함해 모두 316억원의 수해를 입었다고 밝힌 반면 달성군청 잠정조사에선 달성공단내 49개 업체만 295억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피해액이 조사기관마다 제각각이다.

성서공단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지금까지 일반 기업체 공장 등은 생활터전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액의 위로금만 지급하고 보상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며 "그러나 태풍 피해로 지역 제조업 기반이 뿌리채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대구시 및 정부 차원의 적극적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사진) 대구시 서구 이현동 이현배수펌프장 뒷편의 한 섬유제조공장이 침수돼 직원들이 물에 젖은 생산품을 정리하고 있다.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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