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주요 하천 제방과 하수 처리시설의 용량은 하루 수백mm 이상 되는 집중 호우를 감당해 낼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년새 하루 수백mm 이상의 국지성 폭우가 전국 곳곳에서 내린 점을 미뤄볼 때 대구도 하천 범람이라는 잠재적 재앙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지난해 태풍 '루사'가 발생한 이후 건설교통부의 권고에 따라 대구시는 지난 8월 1일 하천 설계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신천제방의 경우 홍수위에 대비, 종전 최소 80~최대 100년 동안의 강우 빈도에 견디도록 한 설계기준을 최소 80~최대 200년으로 높였다. 이는 지방하천 대부분이 하천정비기본계획 수립 이전에 축조돼 제방의 높이가 낮은데다 최근 몇년새 기상이변에 따라 하천 설계기준을 넘는 집중 폭우의 가능성이 높아진데 따른 것.
범어천.진천천 등 지방2급 하천에 대해서도 시는 최소 50~최대 100년이던 종전 설계 기준을 최소 50~최대 200년으로 강화했다.
대구시는 그러나 지방하천에 대한 설계 기준만 높여 놓았을 뿐 정작 주요 하천의 제방을 높이거나 강화하는 등의 실질적인 대책은 만들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 치수방재과 관계자는 "신천 등 대구시내를 통과하는 지방하천의 경우 제방을 따라 신천대로와 우안동로가 조성돼 있고 주변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어 제방을 높이는 등의 대책은 실행이 불가능하며 범어천.진천천도 손대기 힘들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번에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매미'가 대구지역에 시간당 최고 41mm의 비를 뿌렸으며 12일밤~13일 오전 사이 197mm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대구의 역대 시간당 최고 강우량 80mm(1941년 7월 6일)과 1일 최고 강우량 225.8mm(1998년 9월 30일)에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지역에서는 이번 비로 곳곳에 엄청난 피해가 났으며 신천과 금호강이 범람 일보 직전까지 갔다. 만일 지난 2002년 8월 31일 태풍 '루사'때 강릉(1일 강우량 870mm)에 쏟아진 정도의 비가 대구에 내린다면 대재앙이 불보듯 뻔한 것이다.
홍수를 고려치 않은 신천동로 개설과 무분별한 하천 복개 사업도 하천 범람의 잠재적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영남대 지홍기 토목공학과 교수(수자원 전공)는 "신천동로의 경우 폭우시 통수 처리에 지장을 주는 대표적 시설물로서 신천 범람의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며 "또한 다른 도시에 비해 유달리 많은 대구시내의 복개천도 홍수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호강에 대해서도 지 교수는 "팔달교 바로 상류지역의 섬에 있는 비닐하우스 경작지가 홍수 때의 물 흐름에 상당한 지장을 주고 있는데도 지금껏 방치되고 있다"며 "정비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사진설명) 태풍 폭우로 침수됐던 대구 신천둔치에 물이 빠지자 콘크리트 옹벽과 산책로가 붕괴돼 앙상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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