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가 남겨준 상처를 하루 빨리 아물게 하려는 복구의 손길이 경북 도내 곳곳에서 이어졌다.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했지만 주민들과 공무원, 군장병 등은 따가운 햇볕 속에도 연신 구슬땀을 훔쳐내며 쓰러진 벼와 나무를 세우고 부서진 집을 수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포항시는 14일부터 해병대의 협조를 얻어 장병 2천여명을 벼 세우기와 낙과 수거 등에 긴급 투입했다. 또 한전 포항지점은 13일 오후 6시를 기해 전기공급이 중단된 5만2천여세대의 전기공급을 재개했다. 또 가로수가 곳곳에 쓰러지고 간판이 부서져 어수선했던 포항 시가지는 14일 오후 평상시 모습을 되찾았다.
200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는 포항공단의 경우 이번 태풍으로 큰 피해가 없어 기업 관계자들이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포스코, INI스틸 등 추석연휴에도 생산라인을 완전 또는 부분 가동한 업체들은 태풍예보에 따라 지난 10일부터 사내외 취약지 점검을 마쳐 피해를 줄였다는 것.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은 14일 오후부터 크레인 등을 동원해 넘어진 가로수를 일으켜 세우는 한편 한전측에 파손된 가로등 정비를 의뢰하는 등 본격적인 정비작업에 돌입했다.
안동시도 직원 150여명을 비상소집해 피해가 집중됐던 길안면 송사.대사.묵계리에서 쓰러진 사과나무와 벼 세우기 등 농작물 응급복구에 나섰고, 안동농협도 긴급 직원동원령을 내려 피해농가를 지원했다. 또 향토부대로부터 하루 200여명의 장병을 지원받고 중장비 20여대를 투입해 본격적인 응급복구에 나섰으며, 부족한 복구인력 확보를 위해 '범시민 태풍피해농가 일손돕기 운동'을 전개키로 했다.
고추 수확철을 맞은 청송군에선 인력이 크게 부족해 공무원과 의용소방대원들이 연일 동원되고 있다. 안덕.현서.파천면지역에선 대도시에 나갔던 자녀들이 찾아와 사과나무 세우기 작업에 일손을 거들었다.
청송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현서면 김경남 면장은 "복구에 필요한 장비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어디부터 복구작업을 펼쳐야 할 지 막막하다"며 "피해지역 주민 위로, 복구현장 조사에다 야간에는 사무실에서 전화 및 군청 보고서 작성으로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영양군에선 주말 이틀간 포크레인 86대, 덤프트럭 28대, 청소차 16대 등 130대의 중장비와 공무원, 군인, 민방위대원 등 800여명이 동원돼 비지땀을 쏟았다. 영주지방국도관리사무소는 13일 오전부터 일월면 섬촌리와 입암면 삼산리 등에 중장비를 투입해 끊어진 도로 1차선 복구작업을 폈고, 14일 중 대부분 도로에서 임시복구작업을 마쳐 일부 차로를 확보해 차량을 통행시키고 있다. 전기 및 통신시설 복구도 영양읍 황용리, 입암면 삼산 산해리 지역은 완료됐고, 수비면 송하리 등은 15~16일 완료될 계획이다.
영덕군에서도 복구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군내 202개 마을 중 190개를 암흑으로 몰았던 정전은 15일 완전 복구됐고, 통신도 중장비 진입이 어려운 영해면 대리를 제외하고 개통됐다. 산사태로 완전 통제됐던 영덕~안동간 34번 국도와, 부분 통제됐던 7번 국도는 14일 오후부터 완전 개통됐다. 그러나 영덕읍-달산면 차량 통행은 지품면 신양교 교량상판이 내려앉아 15일 현재까지 통행을 차단하고 있다. 영덕군은 주말동안 500여명의 직원을 비상 동원했으며, 해안 5대대 장병 20명도 축산면에서 응급복구를 벌였다.
의성군은 구천면 미천제방 붕괴로 300여ha의 농경지가 침수된 미천.내산들 등 수해지역에 공무원 등을 투입, 응급복구에 나섰다. 또 15일 경북도청 공무원 50명, 군부대 장병 20명 등 70명의 인력을 지원받아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나 구천면 미천1.2리 주민들은 미천제방 붕괴를 두고 인재 가능성을 제기해 앞으로 수해보상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주민 이철식(63)씨는 "제방 붕괴로 수확을 앞둔 과수와 벼농사를 망쳤다"며 "시시비비를 가린 뒤 관련기관에 손해보상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태풍 '루사'에 이어 다시 큰 피해를 입은 김천에선 귀성객들이 귀가도 미룬 채 복구에 나섰다. 서울에 사는 최모(37)씨는 "침수로 난장판이 된 집과 쓰러진 벼들을 어떻게 그냥 두고 가겠느냐"며 "노부모만으로는 복구를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어서 귀가를 미뤘다"고 말했다.
상가 및 가옥 10여가구가 침수된 구성면 상좌원리에서 마을 도로를 청소하던 이모(38.여.서울)씨는 "추석을 지내려고 오빠 집을 찾았다가 집이 침수되는 바람에 친인척들이 떠나지도 못하고 청소를 하고 있다"며 "지난해 태풍 때도 집이 잠겼는데 올해도 다시 피해를 입었다"며 울먹였다. 사회2부
(사진설명) 태풍'매미'의 영향으로 경북 고령읍 쾌빈3리 논의 벼들이 쓰러지자 자원봉사를 나온 주민들이 벼세우기 작업을 하고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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