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기러기 아빠' 이야기는 이제 미국의 시사주간지에 다뤄질 만큼 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뉴스위크지는 얼마 전 '새끼를 키우는데 헌신적인 것으로 유명한 기러기에 비유한 한국의 기러기 아빠'를 소개하면서, '한국에는 점점 더 많은 가정이 이런 희생을 하고 싶어한다'고 보도했다.
사실 우리의 기러기 아빠들의 희생과 외로움은 그야말로 눈물겹다.
월급의 80%를 꼬박꼬박 해외의 가족에게 부치는 가장이 있는가 하면, 갈등 끝에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졌다.
심지어 더 이상 날 수 없는 '펭귄 아빠'가 될까 두렵다는 한탄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추석에는 '펭귄 아빠'가 안 되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임까지 생겨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벤쿠버 기러기 아빠와 가족들의 모임' 회원 10여명은 명절 기간에 가족을 만나기 위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무릅쓰고 캐나다로 떠났다는 보도도 있었다.
태풍 '매미'로 큰 상처를 입은 추석 연휴가 아직 계속되고 있지만, 자녀와 아내를 이민 보내고 쓸쓸해 하는 기러기 아빠와 펭귄 아빠들을 떠올리면 우리의 교육 현실은 실로 안타깝다.
▲중.고생 유학 이민이 올해는 지난해의 2배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도 1만2천여명으로 크게 늘었으나 올해는 상반기만도 이에 이르렀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올 6월까지 유학을 가기 위해 학교를 중도에 그만둔 중.고생이 3만9천983명이다.
그 중 올 상반기 동안만도 1만1천249명으로, 중학생이 고교생보다도 1천733명이나 많았다.
▲여기에다 초등학생까지 보태면 사정이 또 달라진다.
초등학생 유학 이민이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인 데다 올 상반기에 이미 5천368명이나 떠나 지난해의 2, 3배에 이를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이 같은 교육 엑소더스는 경제력이 있어야 떠나던 과거와는 달리 '떠날 수 있는 조건만 되면 떠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우리의 공교육이 급격히 붕괴되고 있음을 말해주지 않는가. 해법은 '교육 경쟁력 높이기'라지만, 이는 여전히 구두선에 불과할 뿐이다.
▲하기야 이민과 유학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자신이 태어난 땅에서 평생 살아야 하는 시대도 지났다고 할 수 있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유학과 취업 이민으로 지구촌의 일원이 돼 가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 우리의 이민은 자녀들의 교육 문제가 거의 절대적인 동기이며, '어머니'들은 떠나고 '아버지'들이 '돈 버는 기계'로 남아 고전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타깝기 짝이 없다.
우리 사회에서 '기러기'나 '펭귄' 같은 '관'이 '아빠' 앞에 안 붙게 할 방법은 정녕 요원하기만 할까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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