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강타...60여명 사망.실종

입력 2003-09-13 11:22:31

태풍 매미가 지나간 13일 아침의 우리나라는 전국이 도시와 농촌 할것없이 한바탕 전투를 치르고 난 전쟁터처럼 폐허 그대로인채 인적마저 끊겨 조용했다.

12일 밤 경남 남해안에 상륙한 제14호 태풍 매미는 순간최대풍속 45m로 부산과 남해안을 휘저은 뒤 내륙지방 대구로 북상, 경북지역에 평균 157mm의 강우량을 기록하면서 군위 영천 청송 영양 봉화 등지를 거쳐 13일 새벽 2시30분 동해안 울진으로 빠져나갔다.

매미는 남해안에서 항구에 정박중이던 어선들을 침몰시키고 육지에 상륙한 뒤에는 인명피해와 함께 산사태와 가로수를 뽑아내고 가로등을 쓰러뜨려 교통을 두절시키고 농경지 침수 등 농작물 피해와 경북도 재해대책본부를 포함한 전국적인 대규모 정전사태를 일으키는 등 최악의 재산피해를 냈다.

13일 오전 9시현재 대구.경북지역에서는 7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으며 수십명이 부상당했다.

또 주택 19동이 파손되고 가옥 100여동이 침수됐으며 저지대 주민 600여명이 학교와 교회 등으로 피신했다.

또 교량 3개가 유실되는 등 공공시설 22개소가 피해를 입었고 포항 청송 영덕 경주 등지의 15만2천가구가 정전됐다.

전국적으로는 이번 태풍으로 60여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다.

청송지역의 국도 31호선과 35호선, 지방도 등 도내 10개소의 도로가 통제되고 있으나 피해상황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경북도 재해대책본부는 밝혔다.

울릉도는 12일밤부터 전역이 정전된 가운데 일주도로가 완전 마비되고 태화방파제가 완전 유실되고 인근 100여채의 주택이 침수되는 등 육지와 완전 고립됐다.

○...인명피해

12일 밤 11시20분 쯤 군위군 부계면 남산리 속칭 각골에서 산사태가 발생, 수십t의 토사가 신동식(55)씨 집을 덮쳐 방안에서 잠자던 신씨의 부인 이난희(53)씨가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에 매몰돼 숨졌다.

또 13일 새벽 1시10분쯤 울진군 울진읍 신림리 비례동 장수복(73)씨 집 뒷산에서 산사태가 발생, 흙더미가 장씨의 집을 덮치는 바람에 장씨의 손자 은우(11)군이 토사에 매몰돼 숨졌고, 아들 영철(45)씨 등이 중경상을 입고 울진의료원 등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13일 새벽 1시30분쯤 봉화군 소천면 남회룡리 마을 뒷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방동규(43)씨 집이 흙더미에 매몰돼 방씨와 방씨의 할머니(92), 아들 주환(16)군 등 일가족 3명이 실종된 것을 마을 이장 전운학(52)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침수피해

13일 새벽 2시20분쯤 군위군 군위읍 수서1리 서성원(69)씨 등 3가구 8명의 주민이 갑자기 불어난 물로 주택이 침수되면서 고립됐다 긴급 출동한 119구조대가 모터보트를 이용해 주민 8명을 모두 구출해 안전한 장소로 대피 시켰다.

또 효령면 불로리 최영순(61.여)씨 등 5가구 15명과 중구2리 이응칠(48)씨 등 5가구 16명은 주택이 침수돼 각각 마을회관으로 긴급 대피하는 등 주택 3동이 전파되고 15동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대구에서는 13일 0시10분쯤 서구 상리2동 달서천의 범람으로 인근 평현파출소가 침수돼 근무중이던 경찰관 2명이 긴급 대피했고 달성군 현풍파출소도 한때 침수됐다.

○...교통통제

하천 수위 상승에 따라 경북도내 청송.봉화.군위 등 10개소의 교통이 통제됐으며, 태풍의 영향으로 중앙고속도로와 국.지방도 곳곳의 차량통행이 통제되기도 했다.

12일 자정쯤 중앙고속도로 춘천방향 다부터널 인근 공원묘지에서 토사 200여t이 무너졌으며, 대구방향 가산 나들목 인근 부산기점 132km지점 절개지에서 400여t의 토사가 무너졌다.

경산시 하양읍 남하잠수교가 12일 오전 8시부터 하천 수위 상승으로 교통이 전면 통제됐으며, 청송~영천간 35번 국도와 청송~안덕간 31번 국도도 산사태와 침수 등으로 차량통행이 중지됐다.

대구시 수성구 도원동 수밭골 뒷산을 비롯해 현풍면 대동리 지방도 10m구간, 구마고속도로 대구~현풍 7km구간 등지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일대 교통이 전면 통제되는 등 대구시내 34개소의 도로 교통이 한때 통제됐다.

또 수성구 황금동 어린이대공원 앞 복개천이 범람해 인근 차량 운전자 40여명이 대피하고 차량 30여대가 견인됐으며 이 때문에 범어네거리 ~두산오거리간 차량이 통제되기도 했다.

○...홍수.댐 방류

낙동강홍수통제소는 13일 오전 낙동강 현풍지점과 낙동지점의 수위가 각각 10.57m, 6.78m로 경계수위인 11m, 7.5m에 근접하자 새벽 3시30분을 기해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

안동댐은 13일 오전 7시현재 84.2%의 저수율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댐 유역에 호우가 예상됨에 따라 12일 밤 10시40분부터 초당 360t을 방류하고 있다.

또 임하댐은 82.9%의 저수율에 1천t을 방류하고 있다.

낙동강 홍수통제소는 낙동강 고령교 수위가 13일 오전 7시 현재 10.8m에 이르러 위험수위 11m에 육박, 강변 침수에 따른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사진설명)제14호 태풍 '매미'의 강한돌풍으로 대구시 전역에 태풍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13일 금호강둔치 동촌유원지 일대가 물에 잠긴 채 물바다로 변해 있다. 정운철기자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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