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중계'...달라진 출산문화

입력 2003-09-10 10:19:00

이호영(42.경산시 옥산동)씨는 지난 달 8일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남편과 아들이 바로 옆에서 지켜 보는 가운데 11년만에 둘째 아이를 낳았다.

세상에 갓나온 딸은 간호사가 아닌 아빠, 오빠의 반김과 축하를 받을 수 있었다.

이씨는 "노산이라서 걱정했는데 남편과 아들이 곁에 있어 안심이 됐고, 아기가 태어난 순간 아빠, 오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돼 기뻤다"고 말했다.

우리 나라의 출산율(1.17명)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우려되고 있지만 출산문화는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이씨의 경우처럼 출산의 순간의 기쁨을 가족이 함께 하거나 자연분만, 적극적인 모유수유 등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산부인과 병원들도 이같은 흐름에 맞춰 시스템을 바꿔가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지난해부터 분만 때 가족이 함께 참여토록 유도하고 있으며 출산준비 교실에 임신부는 물론 남편과 자녀들을 동참시키고 있다.

또 막 태어난 아기를 간호사가 아닌 엄마와 가족들이 안아볼 수 있게 하고 아빠가 탯줄을 자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 병원 모자건강교실 최임순 팀장은 "미국 등 선진국에선 분만 때 가족이 동참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우리 나라도 이같은 분위기가 일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지노메디병원에서는 부모나 남편 등 가족이 분만에 동참하는 '가족분만'이 한 달에 1, 2건에 이른다.

지난 5월 개원한 이 병원은 출산문화 변화에 발맞춰 산후조리원과 가족분만실을 갖췄으며 신생아실에 카메라를 설치, 가족들이 인터넷을 통해 아기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달서구 미즈맘병원은 가족이 동참한 가운데 자궁과 비슷한 환경을 갖춘 분만실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르바이에 분만'을 실시하고 있다.

또 출산 장면을 담은 CD를 제작해 원하는 가족에게 선물해 주기도 한다.

이 병원의 경우 가족분만을 원하는 임신부가 한달 평균 2, 3명에 이른다고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제왕절개 비율도 낮아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2년 병의원에서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은 비율이 39.2%로 2001년 39.6%에 비해 0.4%포인트 낮아졌다.

이탁 지노메디병원 원장은 "출산의 고통을 줄이려고 제왕절개를 선호하는 임신부들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자연분만을 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모유수유에 대한 열풍이 일면서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었던 모유수유율(98년 통계 15.4%)이 최근 30% 수준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구지역에서 모유수유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한 단체에 따르면 임신부 중 모유 수유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전체 중 80, 90%에 이를 정도이다.

이와 관련 최근 산부인과 개원의를 중심으로 '인권분만연구회'가 결성돼 '신생아도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인격체'라는 인식 아래 엄마가 출산의 주체로 자리잡게 하는 '인권분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사진:신생아의 모습을 가족들에게 제공해 주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한 산부인과 병원의 신생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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