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그래도 추석. 몇시간씩이나 걸려 찾아온 고향 마을은 젊은이들이 떠나고 들녘은 비로 흉년이 들었지만 중추절 인심만큼은 역시 변함없는 고향이다.
10일 일찍 고향을 찾은 출향인들은 이제 막 익어가는 가을 들녘을 돌아보고 고추나 과일 수확을 거드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객지로 떠나 헤어졌던 고향 친구들을 만나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체육대회 등 각종 행사를 준비하기도 했다.
이장우(68.예천군 유천면 하리)씨는 비가 내리는 10일 오전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아들 상기(34)씨와 그동안 일손이 없어 미뤘던 고추 수확을 했다.
상기씨는 "어렵게 살다보니 고향마을을 자주 찾지는 못하지만 올 농사가 이렇게까지 엉망인줄은 몰랐다"며 "그래도 오랜만에 부모님과 고향친구들을 만나니 그동안 힘들고 어려웠던 객지생활의 피곤함이 한꺼번에 사라진다"며 즐거워 했다.
김수호(60.안동시 와룡면 가구리)씨는 9일밤 경기도 안산에서 내려온 큰아들(32) 내외의 손을 잡고 복받치는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운동구점을 운영하던중 부도를 낸 후 3년간 실업자로 전전하다 지난봄 친지의 도움으로 차린 고춧가루 가공공장이 성업을 이뤄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김씨 아들 내외는 흉작에 시름하는 동네사람들을 위해 고춧가루공장 원료 전량을 고향동네 것으로 사용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9일오후 승용차로 3년만에 고향(의성군 단촌면)을 찾은 신영철(서울시 대치동)씨는 "친지들을 만나보니 농촌 인심이 예전만 못하다는 인사를 받았다"면서 "고향 곳곳을 둘러봤으나 농민들의 얼굴에 웃음보다는 근심이 가득 서려 있었다"고 농촌의 추석 분위기를 전했다.
단촌면 후평리에서는 올 추석에도 어김없이 주민위안 노래자랑을 개최한다.
재작년부터 매년 추석에 개최하는 주민위안 노래자랑은 객지에 나가있는 출향인들과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합하고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마련한 자리.
김진훈(41) 이장은 "한해 동안 열심히 일한 마을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노래자랑 대회를 열고 있다"며 "상품은 고추와 마늘, 참깨, 참기름 등 마을 주민들이 땀흘려 생산한 농산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안동모고교 동창회원들은 추석연휴때마다 전국각처에서 고향에 모여 갖는 동창회를 회식자리 없이 검소하게 하는 대신 절약한 경비로 수해와 흉작으로 폐농한 회원 부모를 돕기로 했다.
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기수별로 조직된 안동시연합동창회에 이같은 취지를 알리고 어려운 농촌을 돕기위해 성금 모금과 농산물 팔아주기 운동을 펴기로 했다.
안동시문화원은 불경기와 흉작에 상심한 주민들을 위해 추석당일 오후 6시부터 안동댐 야외박물관 가설무대에서 한가위 달맞이 행사한마당을 마련했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출연비나 사례를 일절 사양한채 풍물공연, 시낭송, 포크가요 마당을 꾸미고 부녀회원들은 자비로 송편과 전통차를 준비해 주민들과 나누기로 했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예천.마경대기자 kdma@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포항 찾은 한동훈 "박정희 때처럼 과학개발 100개년 계획 세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