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군수와 도지사

입력 2003-09-10 08:47:22

최근 경북지사와 청도군수가 한바탕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경북지사가 임명해 오던 부군수 자리를 청도군수가 직접 임명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지방자치법에는 부군수 임명권이 군수에게 있다'거나 '그간 관례상 도지사가 부군수를 임명해 왔으니 도지사에게 임명권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있다.

사실 국민의 입장에서는 부군수를 청도군수가 임명하든 아니면 도지사가 임명하든 관여할 일은 아니다.

대통령부터 '대통령도 막강한 권한이 있다'고 과시하는 판이니 도지사나 군수가 자기 권한이라고 주장하는 곳에 국민들이 나설 틈새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 나는 것이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 제1조는 어디로 갔는가? 적어도 선출직 공무원들은 국민이 그들을 선출하여 권한을 위임한 것인데 그들이 국민을 상대로 '이것은 내 권한'이라고 주장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번 사태에서 최소한 빈말이라도 '청도군에서 오래 근무한 모씨가 군민을 위하여 봉사하는 부군수로서 적임자'라거나 아니면 '도나 중앙부처에서 근무한 경륜있는 공무원이 부군수로서 군민에게 봉사해야 군이 발전한다' 는 식의 사탕발림이라도 있었다면 그나마 참을만 하였을 것이다.

돌아가는 판세는 그게 아니라 군수와 도지사가 서로 자기 식솔을 챙겨서 벼슬자리 주겠다는 속내만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군수가 군청 공무원 중에서 부군수를 임명하면 인사숨통이 트인 과장들은 얼마나 군수에게 충성을 할 것이며, 도지사가 지금까지 자신이 행사하던 부시장 부군수 임명권을 일시에 놓치면 다른 시군에서도 연쇄반응이 일어나 도청 간부공무원들의 승진기회가 봉쇄되고 그 여파는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생각해 보면 군수와 도지사의 심정을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국민의 눈에 비치는 군수와 도지사의 기싸움은 주권자인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오로지 공무원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진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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