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생가 안주인 김영자씨

입력 2003-09-10 08:47:34

"불편한 점도 많지만 대통령 생가에 사는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대통령이 태어난 집에 산다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지 몰라요".

노무현 대통령이 태어나 8세까지 살았던 김해시 진영읍 본동 봉하마을 생가에 지금은 김영자(58.여.사진)씨가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이들은 1954년 노 대통령 가족이 같은 동네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간 뒤 들어와 지금까지 살고 있는 것. 원래 아궁이가 있는 부엌과 방 두 칸이 연결된 일자형 초가집이었으나 이들 부부가 이사온 뒤 슬레트 지붕을 덮어 개조했다.

노 대통령 취임 직후엔 이곳에 하루 평균 2, 3천명의 관광객이 몰려 문전성시를 이뤘고 지금도 하루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아예 안방을 관광객들에게 내놓고 산다는 것. 안방엔 사진 촬영용 '노무현 대통령 생가 안방'이라는 팻말까지 준비돼 있다.

"새벽 5시부터 0시까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사람들로 밥먹기조차 힘들 정도예요. 안방에 누워 사진을 찍는 사람, 방 한가운데서 복권을 긁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죠. 이방 저방 다니면서 장롱 문을 열어보고 물건을 가져가는 사람도 있어 잠시도 집을 비울 수가 없어요".

집을 지키느라 본업인 농사일조차 마음놓고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심지어 관광객들이 이 집에 좋은 기가 흐른다는 이유로 마당에 있는 흙, 돌을 가져가는 바람에 밖에서 흙과 돌을 가져와 다시 화단을 메우는 일도 다반사라는 것. 마당 한켠에 있는 수돗가 역시 물을 마시고 떠가는 사람들로 늘 복잡하다.

노 대통령의 정치에 대해선 "아직 취임 초기인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어요? 부모형제간에도 마음이 안맞는 법인데 한 나라를 이끌어나가기가 쉽잖은게 당연하죠"하며 두둔한다.

'집값이 많이 올랐을텐데 팔 생각은 없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럴 생각은 별로 없다고 한다.

"이 집이 풍수지리적으로 아주 좋대요. 돈을 아주 많이 주면 모르겠지만 여기에 살면 자손들이 잘 된다고 해 계속 살 생각이예요".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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