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서민 생활苦

입력 2003-09-09 13:51:42

가계 살림살이가 쪼그라들어 이미 서민층이 '신(新)빈곤 계층'으로 하락한지도 오래됐다.

최근의 경제사정을 흔히 "IMF 환란 당시보다 어렵다"는 말로 빗대 표현하지만 거시 경제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그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 것은 국민들의 공통된 느낌일 것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실질국민총소득(GNI) 추이를 보면 민초들이 얼마나 고통을 겪고있는 지를 알 수있다.

한은은 8일 "올 상반기 중 실질 국민총소득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0.8% 감소한 211조5천여억원으로 반기 기준으로 실질 GNI가 줄어든 것은 외환위기의 영향권에 있던 1998년 하반기(-8.6%) 이후 처음이다"고 밝혔다.

상반기 중 실질국내총생산(GDP)은 분명 2.7% 증가했는데도 총소득이 0.8% 감소했다는 것은 '생산한 만큼 소득에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교역조건, 즉 싸게 수출하고 비싸게 수입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중 반도체 등 주요 수출 단가는 떨어진 반면 원유등 수입품 가격은 올랐다는 뜻이다.

우리가 번 돈의 일부를 외국인에게 보태 준 꼴이다.

문제는 이같은 실질생산과 실질소득의 괴리가 곧 체감경기의 급랭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생산이 늘고있다고 하나 그 과실(果實)이 가계소득 증대로 연결되지 않으니 '모래성'을 쌓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럴 경우 서민의 살림살이는 2중, 3중으로 고통받게된다.

특히 최근처럼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서민 소득의 상당부분이 상층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어 심각한 사회불안 요인으로 부각된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서민생활의 참담함을 정부가 제대로 읽어야할 대목이다.

그러나 다소 희망은 보인다.

상반기 전체로는 실질소득이 감소했지만 분기별로 나누어 보면 1분기는 1.8% 감소한 반면 2분기는 0.2%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것이 하반기 경기회복의 '터닝 포인트'인지는 불확실하지만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원칙과 소신의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하반기에는 실질소득의 비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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