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왔나?" 찬 바람만 휭~

입력 2003-09-06 10: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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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경기침체에다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비로 농사가 거덜나고 공사가 지연되면서 기업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농민들도 한숨만 내쉬고 있어 올 추석이 유례없이 썰렁한 명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근로자들의 선물보따리도 그만큼 줄었고 농촌지역에는 대목장마저 썰렁한 분위기이며, 각 시.군마다 매년 행하던 추석 민속놀이도 시들해진 모습이다.

▨업계 자금난

경주지역은 자동차부품회사 상당수가 휴가 일수는 늘었지만 내수부진으로 업체가 자금난을 겪으면서 근로자들에게 썰렁한 명절을 예고하고 있다.

경주상공회의소(회장 황대원)가 추석을 앞두고 지역의 5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자동차 협력업체 대부분이 내수부진으로 인한 경기침체와 현대.기아 자동차의 장기파업으로 자금난이 심각, 근로자들이 받는 선물이 2만~3만원짜리 생활용품 선물세트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추석 상여금도 응답자 50개 업체 중 42개 업체가 지급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38.1%인 16개 업체는 정기 상여금을, 61.9%인 26개업체는 10만원에서 20만원의 특별상여금을, 나머지는 아직 확정조차 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위지역도 중소 건설업체가 추석자금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많은 건설업체 운영자들이 "전화 받기가 겁이 난다"며 추석을 앞두고 각종 건설자재를 외상구매한 거래처의 빚 독촉을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해 안달이다.

추석전에 현장 노동자들의 인건비는 지급해야 할 형편이어서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그동안 귀찮게만 생각했던 소액공사의 선급금.기성금 신청에다 단기자금 마련을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있는 실정.

군청으로부터 수주받은 4, 5건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ㄷ건설 이모(45.군위군)씨는 "비 때문에 현장마다 공사가 지연돼 운영자금이 바닥났다"고 했고, ㅅ건설 손모(48)씨는 "추석을 앞두고 거래처의 빚독촉이 심해 휴대전화를 꺼버린지 오래다"고 했다.

군위군청 이종락(45)회계담당은 "그동안 2억~3억원 미만의 선급금.기성금 신청은 거의 없었으나 최근 2천만~3천만원 정도의 소액 기성금 신청이 쇄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중.소 건설업체 자금난의 심각성을 알만하다"고 했다.

▨공단 임금체불

경기침체와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추석을 앞둔 구미공단의 체불 임금사업장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구미지방노동사무소에 따르면 7월말 현재 종업원에게 제때 임금을 주지 못하고 있는 사업장은 40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3개 사업장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체불 근로자수도 1천941명으로 지난해의 282명보다 7배나 늘었다.

또 전체 체불액도 134억3천200만원으로 지난해 21억7천700만원보다 5배 이상 증가했고, 체불사업장 근로자의 1인당 평균 체불액도 692만원으로 전국 평균 390만원의 2배에 가깝다.

이처럼 올들어 체불 임금이 늘어난 것은 경기침체로 5인 이상 소규모 영세사업장, 건설현장 등에서 체불이 많이 발생한데다 특히 오리온전기의 도산이 주원인으로 노동사무소 관계자는 분석했다.

한편 구미지방노동사무소는 추석을 맞아 오는 12일까지를 체불청산 집중 지도기간으로 정해 체불임금 발생시 신속한 처리 및 체불 사업장에 대한 금융지원 안내 등을 통한 지원 등 비상대책을 마련했다.

▨쓸쓸한 불우시설

지속된 경기침체에다 이기주의마저 날로 팽배하면서 사회복지시설 수용자들도 어느때보다 썰렁한 추석 명절을 맞고 있다.

문경지역의 경우 이들 시설들과 불우이웃에 대한 온정의 손길이 뜸해졌다.

아동 80여명을 수용하고 있는 신망애육원의 경우 예년 이맘때에는 경제 한파에도 불구하고 방문객들이 적잖게 이어졌으나 올해는 독지가들의 발길은 물론 문의전화 조차 없어 쓸쓸한 명절이 예상된다.

또 연고지가 없는 70여명의 불우노인들이 생활하고 있는 돌나라 신선의 집도 찾아오는 사람이 일절 없는 딱한 사정은 같아 추석을 앞둔 노인들의 외로움을 더해주고 있다.

시설의 한 관계자는 "사회전반에 경제적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불우이웃에 대한 관심마저 덩달아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시들해진 명절 민속놀이

한달가량이나 빠른 이번 추석은 아직 농번기인데다 계속된 비로 농사가 폐농상태에 이르자 농촌지역 각 시.군마다 해마다 열리던 풍물놀이.국악공연.체육대회.노래자랑 등 민속놀이 행사도 크게 줄어들거나 예년에 비해 시들해졌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만 해도 추석명절 전후의 각종 문화행사가 9개 시.군에서 15개 정도가 열렸으나, 올해는 5개 시군에서 9개를 여는데 불과하며, 그마저도 면민 체육대회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경북도 문화관계자는 "문화관광부에서 내려오는 민속놀이 지원예산도 있지만, 일선 시.군에서 이마저 크게 반기지 않는 분위기"라며 "흉년 농사에 멍든 농심이 어떻게 풍물을 울릴 기분을 내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준현.박동식.조향래.박용우.정창구기자 (사진=영양읍.장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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