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복은 아무리 값이 비싸도 겉멋만 화려한 죽은 옷입니다.
살아 숨쉬는 진짜 옷은 맞춤복 뿐이죠".
37년간 맞춤복 재단만 고집해 온 대구 최초의 양복 명장 김태식씨.
'베르가모 김태식 테일러(중구 대봉동)'의 대표인 그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아르마니, 베르사체, 페라가모 등 수백만원대 외제 기성복 브랜드 이름에 현혹돼 자신에게 꼭 맞는 진짜 양복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아쉬워했다.
표준 체형으로 대량 제작해 옷만 이뻐보이는 기성복과 달리 개개인의 체형, 얼굴 윤곽, 피부색까지 고려해 일일이 손으로 재단하는 맞춤복은 옷보다 사람이 훨씬 돋보인다는 것.
이런 김 명장에게 양복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그의 혼을 불어넣은 예술품이다.
상의 한벌에만 내리 30시간의 정성을 쏟아 붓는 김 명장은 최고가 아니면 아예 만들지도 않는다.
그는 양복 만드는 일을 처음 배울때부터 양복 하나만 생각했다.
김 명장은 15살 때부터 10년간 1년 365일 중 200일 이상을 뜬 눈으로 지새우며 양복만 만들었다.
치수를 재고, 1차로 종이에 설계를 한 뒤 실제 양복지에 본을 뜨고, 바느질과 가봉 그리고 최종 마무리, 그렇게 7~8개 공정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다 보면 잠 잘 시간도 없더라는 것.
그런 뼈를 깍는 노력덕분인지 이후 김 명장은 국내 모든 양복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
82년 이용화 제도상을 시작으로 한국남성복기술경진대회, 신사복사진콘테스트 등 상이란 상은 모두 휩쓸었고 제 18차 아시아주문양복연맹 대회에서 한국대표로 참가해 기술강습회를 연 데 이어 일본 신사복기술콩쿨대회에선 특별상까지 수상했다.
4년 전 그가 발간한 양복실습 교재인 '재단 및 재봉 선집'은 법무부 및 노동부 교재로 정식 채택돼 양복훈련생들에게 꼭 거쳐야 할 필독서로 자리매김했을 정도.
"우리의 양복 재단·봉제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지만 아직 변변한 전문서 하나 없어 외국 원서를 번역해 쓰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금까지 몸과 마음으로 익혀온 모든 기술을 정리해 김태식 재단, 재봉 이론을 남기는게 앞으로 남은 꿈입니다".
김 명장은 "맞춤복의 진정한 가치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데 남은 인생을 바치고 싶다"며 "체계적인 이론과 실기가 뒷받침돼 더 나은 후배가 나올 수 있도록 맞춤복 전문교육과정을 개설하는 일에도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