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U대회에서는 지역언론이 그 어느때보다 큰 위력을 발휘했다.
'홈그라운드'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적인 체육행사에 지역언론이 어떠한 역할과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를 입증한 하나의 잣대가 될 것 같다.
최경진(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멀티미디어과) 교수는 "U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대회 붐을 조성하는데 지역언론의 공헌도가 컸다"면서 "중앙지들이 '나 몰라라'하는 동안, 지역신문이 U대회를 통해 침체된 시민정서를 활기차게 일으켜 세우는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서울·지역 언론들의 보도 태도를 비교해보면 흥미로운 현상이 하나 발견된다.
U대회는 규모와 흥행 면에서 올림픽, 월드컵과 감히 겨룰 수도 없지만, 지역 신문들의 지면 배치나 기사량은 이를 훨씬 능가했다.
관련 기사가 전 지면을 도배하다시피했고, 경기는 물론이고 선수단, 자원봉사자, 서포터스, 선수촌, 외지방문객 등과 문화 경제 정치분야에 이르기까지 U대회 일색이었다.
반면 서울에서 발행하는 소위 '중앙지'들은 북한과 관련된 기사를 제외하고는 체육면에 고작 1, 2개의 화제성 기사를 싣는데 그쳤다.
서울언론들의 관심은 애초부터 대학생 체육축제인 U대회가 아니라, 북한선수단과 응원단 등 대회 외적인 부분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또 조선·동아일보 등은 북한 참가를 둘러싸고 정부의 유감표명, 북한기자와 우익시민단체의 충돌 등 일련의 북한문제와 관련, 시민들이 어렵게 준비해온 U대회의 성공 개최에 찬물을 끼얹는 논조를 펴왔다.
'북한없이 U대회를 치르는 게 낫다' '대통령의 유감표명은 잘못됐다' '평화 집회를 북한기자들이 방해' 등의 사설·기사 등을 잇따라 내면서 U대회의 성공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같은 현상에서 나타났듯, 지역민의 정서·생활과 밀착된 지역언론의 역할론이 또다시 강조되고 있다.
지역에서 열리는 거대 이벤트에는 지역언론의 방향제시와 적극적인 참가가 필수적인 요소임을 입증한 것이다.
장양국(감사원 부감사관)U대회조직위 감사실장은 "대회 소식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지역 신문을 펼쳐 들 수밖에 없었고, 조직위의 정책 수립과 집행과정에 큰 도움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향후 지역신문의 제대로 된 역할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수 있었던 사례"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역신문과 방송들은 대회기간은 물론이고, 준비과정부터 향후 과제에 이르기까지 지면과 시간대를 넉넉하게 할애, 세세하고 치밀한 보도를 했다.
특히 선수촌과 각 경기장에 배달된 신문들은 폭넓고 상세한 정보를 제공, 선수·임원, 관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필수품' 중 하나가 됐다.
태권도·유도 경기장 등과 북한응원단이 머문 대구은행연수원 등에는 선수·임원들로부터 지역신문의 구독 요청이 쇄도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U대회에서 보여준 지역언론의 역할을 분권운동의 당위성과 연결시켜 보는 시각도 있다.
지역언론이 U대회처럼 시민들의 힘을 모은 거대 행사에서 자치적 역량을 강화하는 역할을 보여줘 분권운동 추진에 적잖은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홍덕률(대구대 사회학) 교수는 "분권운동의 또다른 축이 지역언론의 역할강화라고 한다면 이번에 그 역할론을 또다시 확인하게 됐다"면서 "이번 U대회가 지역민과 언론의 역량을 한껏 보여줬다는 점에서 다소 힘을 잃고 있는 분권운동을 재점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