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원(38.인테리어 디자이너)씨. 지난 1월 탈북자를 취재하다 중국 공안(公安:경찰)에 체포된 프리랜서 사진작가 석재현(33.경일대 강사)씨의 부인이다.
처음엔 그를 '비련의 여인' 쯤으로 생각했다.
남편이 부당하게 7개월여 중국 감옥에 갇혀 있는 상황이라면 슬픈 표정을 잔뜩 지은 채 인터뷰에 응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한낱 기우였다.
그는 씩씩하고 쾌활했고, 아무렇지도 않게 남편의 수감이후 겪었던 고생담을 털어놓았다.
"신문.방송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면 저에게 항상 슬픈 모습을 요구해요. '어깨가 축 처지고 울고불고'해야 분위기에 맞다고 보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에게나 남편에게나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에요".
남편의 석방운동을 하려면 이곳 저곳 부지런히 뛰어다녀야 하는데 소극적인 자세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그의 적극성이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던 사건을 국제적인 이슈로 끌어올렸는지도 모르겠다.
남편의 투옥 이후 그의 생활은 크게 바뀌었다.
남편을 면회하고 변호사.판사를 만나기 위해 중국을 10여차례 갔다왔고, 일본언론과의 인터뷰를 위해 여러번 도쿄를 다녀왔다.
그는 "마치 비행기가 내 집이 된 것 같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지난달 25일에는 탈북자단체 주최로 서울에서 경비마련을 위한 석재현작품 경매, 9월에 도쿄(東京)의 일본외신기자클럽(FCCJ)에서 열리는 석재현 전시회 등의 숨가쁜 일정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초 옌타이(煙臺)에 남편을 만나러 갔는데 그냥 돌아왔어요. 5월 이후에는 면회조차 시켜주지 않아요. 중국감옥은 무척 열악하다고 하는데…".
남편 석씨는 옌타이법원에 의해 '월경(越境)조직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고등법원에 항소, 선고를 기다리는 중이다.
강씨는 "최근 중국 판사를 만나니 '남편은 잘 될 것'이라고 해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기대했다.
남편이 체포됐을때 한국정부가 성의를 보이지 않고, 주위 사람들이 무관심했을 때는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세금을 왜 냈을까하는 생각도 했어요. 지난 6월 한.중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석방요구를 했다는 뉴스를 보고는 마음이 많이 풀렸어요. 강대국 눈치를 보고 살아야하는 약소국민의 설움이죠…".
그는 "대구에 사는 캐나다, 미국 등 외국인들이 남편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인권단체까지 만들어 헌신적으로 석방운동을 도와왔다"면서 "그들은 내게 형제와 같다"며 고마워했다.
3년전 미래대학에 재직할 때 동료교수였던 연하의 남편을 만났다는 그는 사건이 터졌을 당시 신혼이었음에도 개인적으로 무척 바빴다고 한다.
일본 큐슈(九州)대학에서 박사학위 논문심사를 받고 있었고, 인테리어 일도 꽤 밀려있었다.
"남편은 무척 부드럽고 착한 사람입니다 감옥에서 신앙심 하나로 버티고 있는데, 혹 정신적으로 망가지지나 않을까 걱정이에요…".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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