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 공급 축소로 구미 화섬업계 가동 중단 위기

입력 2003-09-02 13:04:25

구미공단 화섬업계에 폴리에스테르 원사의 원료인 텔레프탈산(TPA)을 공급하고 있는 삼성석유화학이 가격인상과 결제개선 등을 요구하며 내수물량을 대거 수출로 전환하는 바람에 화섬사들이 공장 가동 중단 위기를 맞고 있다.

새한.도레이새한.한국합섬.동국무역.금강화섬.효성 등 구미공단 화섬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석유화학이 △TPA가격 t당 30달러 인상 △물량 일부 축소공급 △선가격결정 후납품으로의 결제변경 등을 요구해 왔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내수공급에 주력해온 삼성석유화학이 최근 중국 수출가격이 급등하자 중국으로의 수출물량을 대폭 늘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삼성석유화학이 PTA 공급을 업체별로 20~30% 정도 줄이고 가격도 올리는 바람에 구미공단내 화섬업계들이 원료난에 따른 감산체제→매출액 감소→영업손실→화섬업계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사태가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코오롱의 경우 지난해 말 TPA 가격이 t당 530달러이던 것이 올해 1월에는 560달러로 올랐고, 다시 8월에는 590달러까지 치솟아 지난 2·4분기 영업이익이 17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3.4% 감소했다는 것.

코오롱 측은 "폴리에스테르 원료가격은 계속 오르는데 비해 원사 업체간 출혈경쟁이 격화되면서 원사가격이 폭락한 것이 수익성 악화의 주 원인"이라며 "한 업체에 독점화된 원료공급 방식을 바꿔 공급회사의 다양화를 고려중에 있다"고 말했다.

특히 코오롱은 기존 월 8천t에서 5천500t으로 원료 공급이 급격히 줄자 회사측이 지난 5일 노조에 감산을 공식 통보해 노조측으로부터 '구조조정의 시작'이라는 심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효성도 지난 2·4분기 영업이익이 75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9% 감소했고, 새한도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7% 감소해 화섬업계의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미공단 화섬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재고가 많이 쌓인 품목 위주로 10% 내외의 감산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며 "생산능력에 비해 생산량을 줄이면 고정비가 증가해 영업환경은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석유화학을 제외한 삼남석유화학과 KP케미칼 등 다른 공급업체들은 TPA를 생산하지만 지금까지 수출에만 주력해와 내수공급을 크게 늘릴 여력이 거의 없어 화섬업계의 원료파동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