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U대회 그 이후(2)-남북관계 재정립

입력 2003-09-02 13:27:16

북한의 대구 U대회 참가는 전세계 대학생 축전인 U대회가 남북화해와 평화의 제전으로 승화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8.15 인공기 훼손사건으로 자칫 불발로 그칠 뻔 했던 북측의 참가가 현실화되면서 대회기간 내내 전세계에 남북의 평화의지를 과시했다.

북측 응원단의 생동감 있는 응원으로 경기장 마다 남북 화해의 한마당이 펼쳐졌다.

그러나 북측의 이번 U대회 참가는 남북 간의 현실인식에도 중대한 전환점이 됐다.

남북문제가 단순히 민족감정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교류와 인내가 필요하다는 점을 새삼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측 기자단과 남한 보수단체간의 충돌은 엉뚱하게도 우리 사회 내의 보수와 진보간의 남남갈등을 증폭시키는 계기로 작용해 '북측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점을 놓고 내부 조율이 우선돼야 한다는 숙제를 던져줬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북측의 U대회 참가를 통한 대회의 성공적 마무리는 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U대회 성공을 기점으로 대구의 재도약을 위해 시민들의 역량을 어떻게 결집하느냐는 이제 대구시민 스스로의 몫으로 남아있다.

▨북측 참가로 무엇을 얻었나=북측 참가는 대회 성공의 필수조건이었다.

전 세계 174개국의 참가로 대회 사상 최다 참가국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비하면 대회 흥행요소는 거의 전무했다.

그렇지만 북측의 대회 참가로 상황은 달라졌다.

우선 북측 응원단의 참가로 국내외 언론의 관심이 집중돼 대회 기간내내 대구가 뉴스의 중심도시로 급부상했다.

북측 응원단에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로 인해 '국제대회냐 아니냐'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북측이 참가하지 않았다면 그런 논란도 없었을 것이라고 가정하면 결론은 자명하다.

대구 지하철 참사로 '사고도시'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던 대구의 재도약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이번 U대회의 북측 참가는 남북교류와 관련한 대구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도 됐다.

다소 저자세라는 비판 속에서도 대구시와 조직위가 대회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북측과의 협력을 이끌어 냄으로써 남북관계에 지방도시의 역량을 과시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대구시의회 김충환 의원은 "지방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대회를 계기로 대구기업이 개성공단으로 진출해 남북교류의 가교역을 하는 방안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이 남긴 과제=대구 U대회 북측 참가는 통일논의에도 중대한 전환점이 됐다.

이번 북측의 U대회 참가는 지난해 부산 아시안게임 때와도 달랐다.

북측이 대규모 선수단과 응원단을 파견한 첫 국제대회 였던 지난 부산 아시안 게임은 북측의 참가 자체가 이슈였고 화제거리였다.

남과 북의 체제, 이념상의 이질성 문제는 논외였다.

그러나 이번 U대회는 남과 북이 한민족이면서도 아직은 이질적 요소가 너무 많다는 점을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남한 보수단체의 시위와 북 비방방송으로 불거진 응원 보이콧 문제 등은 이미 대회 개막전부터 논란이 됐던 사안이어서 수습이 가능했다.

정부와 대구시, 조직위 등은 남한 보수단체의 극단적 행동에 제동을 걸면서 북측을 설득함으로써 대회의 원만한 진행을 이끌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예천의 김정일 위원장 플래카드 철거소동은 남북간의 이질적 요소를 극명하게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플래카드 철거 도중 보인 북측 응원단의 눈물과 격앙된 모습은 남북간 현실의 벽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대구, 평화도시로 거듭나야=그렇지만 북측 참가로 거둔 U대회 성공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U대회의 북측 참가는 국제도시 대구의 도시 브랜드를 한차원 높인 것과 함께 '평화도시'의 면모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계기가 됐다.

마침 U대회 기간에 맞물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개최돼 U대회 의미는 한층 돋보였다.

또 U대회 북측 참가는 대구가 이제는 지방도시의 한계에서 벗어나 남북 스포츠 교류와 경제협력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대회 성공을 계기로 시민들의 자긍심이 남북교류로 확대될 경우 도시 이미지는 물론 도시 성장 가능성도 보다 확실해질 것이 분명하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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