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민이 본 北응원단

입력 2003-09-01 11:36:54

U대회 기간 중 대구시민들의 눈에 비친 북한 응원단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시민들은 북한 응원단에 대해 대체로 우호적이었지만 사상논쟁 등 몇차례 사건을 겪으면서 점점 냉정한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예쁘고 깨끗한 이미지에 언제나 웃음 띤 밝은 모습 등 외모가 인상적이란 얘기가 단연 압도적이었다.

북한 남자 배구를 관전했다는 한 할머니는 "다들 너무 예뻐서 북한의 미스코리아만 뽑아온 것 같았다"며 "항상 웃는 모습, 응원할때의 귀엽고 깜찍한 표정, 행동까지 순수 자연미인 그 자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북한 응원단원들과 비슷한 또래의 20대 한 여성은 "너무 예뻐서 여자인 나도 감탄할 정도"라며 "그러나 북한 응원단 때문에 대구 남자들의 눈이 너무 높아지는 건 아닌 지 심히 걱정된다"고 했다.

노순늠(49.여.달성군 화원읍)씨는 "예쁘고 인상도 너무 좋다"며 "생각, 성격도 외모만큼이나 순수하고 예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40대 초반의 한 남자는 "그 정도의 미인은 남한에도 많다"며 "남측 여대생 중 300명을 선발하면 북한 응원단 수준의 미모는 충분히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 응원단의 절제된 응원 모습도 인상 깊은 것 중 하나. 응원단 지휘자의 손짓, 몸짓에 따라 노래, 춤, 박수, 연꽃 카드섹션 등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지는 응원에 혀를 내두를 정도라는 것. 손만 들면 뒷쪽 구석에서도 어김없이 '으싸'하는 구호가 터져나오고 손가락만 펴도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김대영(38.대구시 동구 방촌동)씨는 "응원단 리더와 단원들 간의 호흡이 얼마나 척척 들어 맞는지 오랜 시간을 함께 연습한 교향악단 지휘자와 연주자들 같았다"며 "경기를 관전하면서도 어떻게 응원에도 저렇게 집중할 수 있는지 신기에 가깝다"고 놀라워했다.

그러나 한 40대 남자는 "한 민족이기 때문에 깊은 애정과 호기심을 가지고 북한 응원단의 응원을 봤지만 너무 획일적, 기계적, 집단적이어서 전율이 느껴졌다"고 했다.

대학생 박상연(19.북구 관음동)군은 "북한 응원단들의 응원을 두고 기계적이라거나 획일적, 집단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거부감이나 가식적이란 느낌은 전혀 들지 않고 동족이어서인지 가깝고 뜨거운 정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 "외모뿐 아니라 성격도 왠지 근면, 성실할 것 같아 북한 여자와 결혼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북한 응원단의 대구 방문으로 새삼 동족애를 느끼게 됐다거나 통일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는 시민도 많았다.

김희정(25.여)씨는 "지난해 아시안게임때 언론매체를 통해 이미 한번 봤지만 대구에서 직접 보게 되니 너무 반가웠다"며 "하루빨리 통일돼 자리 구분없이 한데 섞여 앉아 함께 응원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몇차례 불어닥친 사상 논쟁 등 불미스런 사건과 예천 김정일 위원장 플래카드 사건 등을 보면서 점점 남북간 체제의 한계도 느꼈다고 했다.

김성태(40)씨는 "예천 사건 이후 남과 북의 차이, 한계를 느끼게 되면서 응원단에 대한 그전까지의 무조건적 이해와 애정이 상당히 반감됐다"며 "아직 이렇게 많은 차이가 있구나 하는 생각에 힘이 빠지고 허탈감을 느꼈다"고 했다.

지난 29일 열린 남북공동문화예술행사도 문화적인 차이를 느끼게 했다.

이 행사에 참석했던 최정임(23.여)씨는 "남측의 공연을 북한이 이해하지 못하고 재미없어 하고 북한의 공연을 따분하게 생각하는 시민들도 많았다"며 "남과 북이 가장 접근점을 찾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던 문화에서마저 많은 차이를 느끼면서 분단 50여년의 세월이 우리민족의 문화적 정서마저 간격을 벌여놓았구나 하는 생각에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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