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가 대구·경북민들에게 성취감과 자긍심을 안겨다 주며 마무리됐다.
보수단체와 북측기자단의 충돌, 선수단 수송차량 교통사고 등 우여곡절도 없지 않았지만, 지역민과 세계 대학생들이 어우러진 이번 대회는 성공적인 대회로 기록될 만하다.
조해녕 대구시장(조직위원장)과 김달웅 경북대 총장이 대회를 결산하는 방담을 가졌다.
◇U대회 성공의 주역은 지역민
조해녕=시민들이 엄청난 기쁨과 보람을 얻었다는 것이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소득이자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경기 운영 혹은 시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축제를 즐기고 참여하며 봉사하는 기쁨을 공유하는 것인데 이런 면에서 이번 대회는 유례없이 성공한 대회라고 자평해 봅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자원봉사자 1만2천여명과 서포터스 2만5천여명이 참여했습니다.
자크 로게 IOC위원장은 "이번 대회만큼 적극적인 자원봉사자와 서포터스의 활동을 본 적이 없다.
경탄할 만하며 이는 외교적인 수사가 절대 아니다"라고 제게 말했습니다.
U대회는 또한 그동안 보수적이고 닫힌 이미지로 비쳐졌던 대구가 '열린 도시' '국제화 도시'로 가는 출발점이 됐습니다.
김달웅=대구시민이라는 것이 무척 자랑스럽게 느껴지고 대구시민들의 마음자세를 배워야겠다는 각오를 다져봅니다.
시민들의 희생적인 자세는 감동적인 것이었습니다.
시민들의 개방적·국제적 마인드도 높아졌습니다.
대회 기간 중 지역에서는 대학이 중심이 되어 각종 국제적인 문화·예술·학술행사가 많이 열렸습니다.
지역대학과 세계대학간의 학술·문화 교류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도시브랜드 높여
김=경제 전문가가 아니라서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지역기업과 지역제품이 세계로 진출하는데 좋은 단초를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000년 대구경북개발연구원이 낸 자료에 따르면 올림픽 직후 대구의 수출 증가율이 21%를 기록, 평년(5~10%)보다 2~4배 높아진 효과가 있었다고 하는데 앞으로 이와 유사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무엇보다 국제대회를 잘 치러냄으로써 선진 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이 커졌다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것입니다.
조=지난해의 월드컵이 국가 브랜드를 한껏 높였다면 이번 U대회는 대구·경북이라는 지역브랜드를 세계에 알렸습니다.
대구는 역동적이고 개방적인 '그린시티' '솔라시티'의 이미지를 대외에 보여줬고 아름다운 도시, 활기넘치고 친절한 시민들이 사는 도시라는 평가를 들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 넣는 펀더멘털(기초)을 구축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믿습니다.
◇우여곡절 많았던 북한 참가
조=북한 참가 여부를 놓고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으며 대회 조직위원장으로서 심적 고충도 컸습니다.
8월 17, 18일 대구에 오려던 북측 선수·응원단이 불참을 시사하는 성명서를 조평통이 낼 때와 대회 프레스센터 앞에서 남측 보수단체와 북측 기자단이 충돌했을 때 특히 크게 당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북측이 중도에 철수하지 않고 대회를 끝까지 참가한 것은 무척 다행스런 일이라 생각합니다.
대구·경북민들 중에는 이러한 소동을 일으킨 사람들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역내의 보수단체들도 대회 성공이라는 대승적 목적을 위해 반북 또는 정치적 집회를 미뤘습니다.
고마울 따름입니다.
김=먼훗날 통일이 된 뒤 돌이켜 본다면 U대회 기간중 일어난 북한과 관련한 각종 소동은 통일로 가는 디딤돌로 여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구·경북민들은 이념적으로 성숙되고 균형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북측에 대한 매도에 동참하지 않고 이념 공방을 자제했습니다.
시민들이 남한 체제의 우월성에 대해 자신감을 가졌기에 가능했던 '너그러움'이라고 봅니다.
북한사람들을 동포로서 껴안으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대구·경북민들은 이런 점에서 참 잘했다고 봅니다.
◇지역혁신 역량 결집 계기
조=경북대에서 세계대학엑스포, 멀티미디어아트쇼 등 7개 문화행사를 열었습니다.
영남대도 U대회 학술회의를 개최했고 자크 로게 IOC위원장과 조지 킬리안 FISU 회장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는 등 민간 외교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계명대 신일희 총장이 선수촌장을 맡았으며 이외 지역의 모든 대학들이 U대회 성공을 위해 너무나 많은 도움과 협조를 해 줬습니다.
다만 한정된 대회 예산상 문제 때문에 각 대학의 각종 행사 지원 요청을 다 들어주지 못한 것은 아쉬우며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김=대학들이 학술·문화·예술 등 다양한 행사를 열었습니다.
대학들도 많은 준비에도 불구하고 예산 확보가 늦어져 당초 목표만큼 역량을 펼치지는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만, 많은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대학간 관계도 활성화됐습니다.
월드컵 세대로 상징되는 우리의 미래 주역들이 개방적이고 다원화된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대학과 지방정부가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겠습니다.
조=그동안 산·학 협력을 늘 이야기해 왔지만 공허에 그쳤고 대학은 상아탑 속에 있었으며 산업정책은 정부 주도로 이뤄져 왔습니다.
지방화·지식정보화 시대에 지역혁신역량을 스스로 모으는 것이 지역발전의 핵심이지요. 지역대학의 브레인들이 지역 정책 결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합니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대학을 갖고 있는 곳이 대구·경북입니다.
우리 지역은 지방화·지식정보화 시대에 가장 우수한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U대회는 지역사회의 역량을 모으는데 대학이 앞장서야 하는 당위성을 보여줬습니다.
분권화 운동만 해도 대구·경북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발족한 대구경북발전협의회의 경우 대학과 지방정부·지방언론이 주도한 혁신역량의 결집체입니다.
아직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지만 다른 시·도에 비해 대구·경북은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습니다.
U대회에서 보인 역량을 바탕으로 각 구성요소들이 결집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공조
조=U대회는 대구가 주최도시였지만 경북 7개 시·군이 함께 개최했고 이들 시·군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줘 잘 치러낼 수 있었습니다.
경주엑스포와 U대회와의 시너지 효과도 돋보였습니다.
대구·경북간 협조 무드가 잘 조성되고 있는데, 대구·경북이 공동 기획중인 한방바이오산업 활성화를 비롯해 지하철 노선 연장 문제 등도 대구·경북이 경쟁하기 보다는 서로 협조해 잘 해결해 나갈 것으로 믿습니다.
◇이젠 꿈과 희망을 이야기할 때
김=U대회는 대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됐으며, 위기를 잘 극복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개방적이고 다원적 도시로 대구가 나아갑시다.
또한 세계화의 중심에서 당당히 서는 자긍심을 가집시다.
U대회를 계기로 지난달 경북대학은 재단법인 세계대학교류센터를 만들었습니다.
대학간의 상시적인 국제교류의 장을 마련하고자 하는데 지역민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합니다.
조=U대회 경기장과 행사장에서 시민들의 빛나는 눈동자를 보았습니다.
기쁨과 보람으로 충만된 자원봉사활동을 보면서 큰 감격을 받았습니다.
계속된 경기침체와 지하철참사로 시민들이 고통과 좌절감에 빠져 있었는데 이번 대회를 계기로 시민들이 용기와 희망을 가졌으면 합니다.
지금 대구가 어려운 것은 이유가 있으며, 대책도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시련들을 극복하자는 의지가 결집되지 않을 때가 진짜 어려운 상황인 것입니다.
'캔 두'(Can Do) 정신을 가집시다.
지역 혁신 역량의 중심에 대학들이 서야 합니다.
시 차원에서 포스트(Post) U대회 구상도 하겠습니다.
김=시민들의 자질이 세계적 수준인데 지도층만 각성한다면 못해낼 일이 뭐 있겠습니까. 이제는 꿈과 희망을 이야기해도 될 시점입니다.
정리: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관련기사--==>매일신문 '2003 대구U대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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