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0일 입촌했던 북한 선수들이 1일 오전 7시30분 선수촌을 떠나 귀로에 올랐다.
떠나는 선수들과 보내는 선수촌 종사자들은 모두 아쉬움을 달래며 서로의 눈만 쳐다봤다.
이들과 갖가지로 접촉하며 지냈던 종사자들은 북한 선수들의 12일간에 걸친 선수촌 생활에도 에피소드들이 적잖았다고 했다.
북한 선수들은 입촌 초기에는 국기광장 등에서 훈련을 하기도 했으나 사회단체와의 충돌 사건 뒤엔 모습을 갖췄다.
대신 아침 시간 숙소 앞에서 간단히 몸풀기 운동을 하고는 식사를 마치자말자 바로 훈련장으로 떠났다.
그때문에 "자체 통제가 더 심해졌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다.
선수들은 선수촌에 머무는 시간에도 거의 숙소 밖으로 외출하지 않았다.
간혹 인근 쇼핑센터에 모습을 보였지만 물건은 사지 않고 구경만 했고, 취재기자들이 인사해도 모르는체 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지난달 30일부터는 태도를 급격하게 바꿔 주위 사람들을 당혹케 할 정도였다.
굳어있던 안색이 확연하게 부드러워졌고, 자기들 끼리도 대화하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31일에도 북한 선수단의 분위기는 굉장히 밝았다.
식사를 마친 선수들은 선수촌 광장에서 끼리끼리 기념촬영을 했다.
선수촌 한 관계자는 "그 전날 두류공원 공연에서의 경직된 태도가 역효과를 부른데 따른 반사행동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런 곡절을 겪으면서도 북한팀의 물자관리인 등은 자원봉사자들과 친하게 지냈다.
봉사자들이 도시락을 싸 오면서 가져온 된장찌개를 먹어 본 뒤 담배 한 개비씩을 권하며 "다른 줄 것이 없다.
담배 한 개비를 한 볼로 생각하라"고 하기도 했다.
북한 선수들은 부산 아시안게임 때와 마찬가지로 밥·고기·김치를 가장 좋아했다.
먹는 양도 상당했다.
그러나 개별 행동은 거의 없고 식사하러 갈 때도 식당으로 한꺼번에 다니곤 했다.
여자 선수들은 머리를 감을 때 샴푸를 너무 많이 써 자원봉사자들이 "그렇게 하면 머리결이 나빠진다, 조금만 써도 효과가 충분하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북한 선수들은 선수촌 공동세탁장을 사용하지 않고 빨래를 자기네들 숙소에서 손수 했다.
그러느라 세탁비누를 많이 요청, 자원봉사자들이 걸레 세탁용으로 준비했던 것을 가져다 줘야 할 정도였다.
선수촌측은 이를 알고 다른 나라 선수단과 달리 특별히 세탁기 5, 6대를 숙소에까지 들여놔 줬다.
북한 선수들은 유료 임대 비품 사용에서도 상당한 특혜를 받았다.
선수촌 북한지원팀은 선수단 입촌 전에 미리 300여만원의 임차료를 내야 하는 비디오·복사기·프린터·냉장고 등을 빌려 비치해 뒀다.
임차료는 모두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출됐다.
지난달 26일엔 임대·지급 품목이 아닌 소고기 등심 15kg, 명태 25마리, 전기밥솥, 프라이팬, 옷걸이, 아이스박스 등을 요청, 선수촌측이 급히 구해 대기도 했다.
하프마라톤 선수 등의 특별한 식사를 위한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북한 선수들은 일부 생활 습관에서 우리와 다른 모습을 보여 봉사자들을 애 먹였다.
입촌 초기에는 휴지를 아무데나 버리는 등 화장실을 지저분하게 사용했고, 금연구역인데도 선수촌에서 담배를 피운 뒤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급하게 재떨이를 준비해 줘야 했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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