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8위…'.
'철인' 김건우(23·인천남동구청)는 10종경기 마지막 종목인 1천500m 출발에 앞서 트랙에 엎드려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저와 함께 달려주시고 함께 호흡을 해주십시오".
'탕'소리가 나고 15명의 선수들은 쏜살같이 트랙을 달리기 시작했다.
치열한 각축전 끝에 김은 결승선 100여m를 앞두고 막판 스퍼트에 나섰다.
여유있게 1위로 골인한 후 그는 한동안 트랙에 엎드려 또다시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한국신기록을 세우게 해주셔서…". 그리고 이광익(34) 대표팀코치를 힘껏 끌어안고 기쁨을 나눴다.
그가 메달을 딴 것은 아니었다.
10개 종목 점수를 합산하면 종합 8위(7천675점)에 불과했지만, 지난 95년 김태근이 세운 종전 기록(7천651점)을 24점이나 끌어올리는 쾌거를 이뤘다.
그는 "고향에서 한국신기록을 경신한 것이 너무 기쁘다.
포항에서 노래방을 하시는 부모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원래 멀리뛰기, 높이뛰기 선수로 뛰던 그는 경북체고 3학년때 '기록이 너무 형편없는' 탓에 윤창기 교사의 권유로 10종경기에 입문했다.
그는 달리기, 멀리뛰기 등의 종목에는 강하지만, 투포환, 원반던지기 등 투척종목에는 큰 약점을 보여왔다.
이광익 코치는 "달리기 종목은 웬만큼 훈련을 해도 늘지 않지만, 투척종목은 웨이트트레이닝 등으로 쉽게 늘릴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김건우는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0월 앞둔 군 입대가 오히려 반가울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을 해왔다.
지금까지 서울 변두리의 월세 반지하 단칸방에서 생활하면서 제대로 챙겨먹지도 못하고 가장 힘들다는 10종경기를 뛰어왔다는 것. "태릉선수촌에 들어가 있을 때가 제일 좋습니다.
최소한 밥 걱정은 하지 않잖아요".
"1, 2년내에 8천점을 돌파해 아시아 정상에 서겠다"는 그는 꿋꿋하게 자신의 역경을 이겨내는 진정한 '철인'이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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