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합동공연장 시민 5만여명 몰려

입력 2003-08-30 09:02:30

남북의 대학생들이 드디어 손을 맞잡고 통일을 노래했다.

29일 오후 '2003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기념 남북청년문화예술행사'가 열린 두류공원 야구장에서 20일 대구를 찾은지 10일만에 처음으로 북측 대학생 응원단과 남측 대학생들이 만나 손을 맞잡고 얼싸안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공식행사에서 남과 북이 합동으로 대규모 공연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후 2시부터 행사장으로 몰려 들기 시작한 대구시민들은 행사 시작 3시간 전에 야구장을 가득 메웠고 1만여명은 아예 입장도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등 5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이날 행사장을 찾아 북측 응원단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

이날 공연엔 북측 응원단원인 홍련아(김일성종합대)씨가 남측의 신영일 아나운서와 함께 사회자로 나서 각각 전반과 후반부를 나눠 행사를 진행, 눈길을 끌었다.

북측 취주악단의 '아리랑' 연주로 시작된 이날 공연엔 김수철, 신형원, 자두, 옥주현 씨 등이 남측 공연자들이 먼저 나서 북측 손님들에게 선보였고, 대학생과 어린이로 이뤄진 합창단도 멋진 노래와 무용 등을 선사했다.

북측 한 신문기자는 "우리 북측 사람들의 정서엔 옥주현씨가 부른 발라드 풍의 노래가 댄스나 빠른 풍의 노래보다 더 맞는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은 저마다 한반도기를 흔들며 공연장을 한반도기로 뒤덮었고 파도타기에 이어 초대형 한반도기가 관중석 위를 지날땐 마치 통일이 된듯 공연장은 감동의 물결이 넘쳤다. 남측 공연자들이 손을 맞잡고 '사랑으로' 노래를 부를땐 시민들이 불꽃을 머리 위로 흔들며 여름밤을 수놓았다.

남측 공연에 대한 북측의 화답이 이어졌다.

북측 취주악단의 '반갑습니다' 연주로 시작된 북측 공연은 '통일아리랑', '통일오작교', '우리는 하나', '통일 돈돌라리' 등 북측 중창단의 통일 노래 메들리로 이어졌다. 특히 이날 '백두와 한라는 내조국'이란 통일 노래가 여성 이중창으로 남측에 처음으로 공개돼 이목이 집중됐다. 북측 한 관계자는 "이 노래는 북측의 통일 행사장때 주로 부르는 통일 노래로 올해 유행한 '우리는 하나'와 함께 내년 남북의 공동 통일 노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통일 무지개' 손풍금 연주와 최은주씨의 무용도 공연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공동 군중 무용'. '옹헤야', '노들강변', '훌라리' 등 민요가 취주악단 연주에 맞춰 연주될땐 북측 무희들은 물론 관중석에 앉아있던 북측 응원단까지 무대앞으로 몰려나와 남측 대학생들과 손에 손을 맞잡고 한판 춤판을 벌였다. 시민들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한반도기를 흔들며 어깨 춤을 덩실 췄고 수백개의 폭죽이 밤하늘을 수놓으면서 공연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이날 공연은 북측의 대중가요인 '다시 만납시다' 합창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그러나 방송을 담당한 KBS의 기술상의 오류로 인한 잦은 공연 중단으로 남측 출연자는 물론 북측 취주악단이 무대에서 내려왔다 다시 올라가고 했던 노래를 다시 부르는 운영상의 미숙함을 보여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사진설명) "남북청년 문화예술행사"에서 북측 응원단이 취주악단을 배경으로 여성3중주를 하고 있다.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관련기사--==>매일신문 '2003 대구U대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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