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U대회 유감(遺憾)

입력 2003-08-29 11:09:34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의 폐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팀을 위한 편파판정 시비 등 말썽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회가 전반적으로 큰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조직위원회와 수많은 자원봉사자, 서포터스들의 땀과 노력이 큰 힘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독자들중에는 "그런데도 U대회 유감이라니….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잔치판에 소금 뿌릴 일 있나"라며 못마땅해 하는 분도 있겠다.

▨잔치가 열리기 전부터 유감….

그러나 사실 각종 국제스포츠대회에서 이번 대구U대회만큼 '유감' 표명이 많이 나온 대회는 아마 없을 것이다.

우리는 대회를 책임진 조직위원장과 집행위원장은 물론 대통령과 장관까지도 대회의 성공을 위해서라며 '유감' 표명을 했다.

하지만 드러내놓고 말 못해서 그렇지 북한에 대해서도 유감이 없을 수는 없다.

한국은 자유민주국가다.

적법하게 이뤄진다면 우방국의 대통령을 '살인마'라고 비난하고 국기를 불태우는 시위를 벌여도 처벌할 수 없는 나라다.

그런데도 북한땅이 아닌 남한에서, 그것도 일부 시민단체의 자유로운 의견 표출이 자신들에게 거슬린다는 이유로 대회 불참을 내세우고 사죄를 요구하는 것은 납득이 어렵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나 자신들의 체제에 대한 쓴 소리에는 무조건 강경하게 나서야하는 저네들의 형편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그간의 무수한 남북간 교류는 왜 했나.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서로 이해하며 한걸음씩 다가서자고 한 교류가 아니었나. 그런데도 최근의 일들을 보면 우리는 몇걸음 다가섰지만 저네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자신들과 생각이 비슷한 부분에 대해서만 선뜻 받아들이고 다른 부분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

남북간의 교류는 대구U대회가 끝이 아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어져야 하고 몇몇은 이미 진행중이다.

이와 함께 북한체제에 대한 일부의 공개적인 비판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북한이 남한 당국의 사죄를 요구한다면 남북관계가 한단계 더 발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 우리는 한걸음 다가서는데 북한은 남한의 자유민주체제를 인정하고 이해하려고 않아 남북관계가 삐걱댄다면 이야말로 북한이 즐겨 사용하는 '남북의 화해와 통일 노력을 가로막는 행위'가 아닌가.

대회의 관심이 북한선수단과 응원단에만 집중되는 것도 큰 유감이다.

오죽했으면 '남.북 대학생 합동 체육대회'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에 대한 호기심, 가슴에 맺혀있는 분단의 한, 통일의 염원을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U대회는 남.북한만이 아닌, 세계 174개국이 참여해 '하나가 되는 꿈'을 실현하려는 교류친선의 장이다.

참가선수들중에는 전쟁의 상흔 속에서 어렵게 참가한 선수가 적지않고 아르바이트로 경비를 마련해서 온 선수도 많다.

그런데도 이들을 소홀히 하고 북한선수단과 응원단에만 치우친다면 성공한 대회로 인정받기 어렵다.

▨ 재미있는 대회?

외신기자에게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켜본 소감이 어떠냐"고 물어봤다.

'Great!'나 'Successful!'이란 답이 나오기를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Fun!'이었다.

재미있다니…. 사실 유니버시아드대회는 대학생들의 스포츠축제여서 나라마다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출전하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보다 경기력 수준이 한참 떨어진다.

이번 대구U대회도 세계 정상급의 기량을 가진 선수는 몇 안된다.

그런데도 재미가 있다면 경기적 측면이 아닌 비경기적 측면이 재미있다는 뜻일 것이다.

스포츠대회에서 스포츠외적인 이유로 대회 개막직전부터 계속 이어지는 북한의 불참과 한국의 유감 표명, 북한 응원단의 일거수 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조직위와 언론, 경기보다는 이들을 보기 위해 몰려오는 듯한 관중. 남북한간에 얽히고 설킨 애증(愛憎)의 실타래를 모르고, 스포츠를 스포츠로만 즐기는 게 생활화된 저네들의 눈에는 이런 일들이 재미있게만 보였을 것이 분명하다.

아마 어제 경북 예천에서 있은 북한 여성응원단의 '장군님 사진' 이야기는 이 외신기자에게 이번 대구U대회 'Fun!'의 백미일 것이다.

지난 24일 있은 북한 기자와 시민단체 회원간의 충돌사건을 비난하는 시민단체들의 '대구만행 규탄' 집회가 오늘 오후 서울에서 열린다.

'대구U대회를 정치선전장으로 만들었다'며 북한을 비판하는 집회인 만큼 북한의 사죄 요구와 우리측의 유감 표명이 또다시 되풀이될지도 모른다.

수많은 시민과 자원봉사자, 서포터스가 대구U대회의 성공을 위해 그렇게 공을 들였는데 스포츠대회의 본질은 어디로 갔는지 없고, 순전히 스포츠외적인 문제때문에 '유감'으로 시작해 '유감'으로 끝나는 U대회가 될 것 같아 이 또한 유감이다.

허용섭(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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