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신.구주류 충돌...진로 '안개 속'

민주당의 28일 당무회의가 신-구주류의 충돌로 난장판이 돼 당 진로가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신주류 강경파들은 탈당의 불가피성을 외치고 있으나 온건파들은 4일 당무회의까지 조정대화기구를 재가동해 한번 더 타협을 시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구주류는 전당대회는 분당을 노정하는 것으로 각목대회가 될 것이라며 결사 반대하고 있어 타협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신주류는 이날 당무회의 표결이 무산된 이후 별도로 만나 향후 대책을 숙의했다. 신기남 의원은 "두고 보라. 이젠 말로 하지 않고 몸으로 보여주겠다"며 탈당 결행 의지를 거듭 밝혔다. 이강철 대구시지부장도 "다른 길이 없다"며 탈당만이 유일한 방안임을 강조했다. 이호웅 의원도 29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더 이상 뭘 논의하느냐"며 "우리끼리(신당파) 뜻을 합해 결단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탈당 프로그램은 개혁신당 창당준비위 출범 일정을 감안해 우선 10~20명이 선도탈당해 신주류 온건파와 중도파의 탈당을 유도, 2차로 20~30명이 탈당, 완결된 당의 모습을 갖춘다는 것. 선도 탈당 대열에는 신기남, 정동영, 이호웅, 이종걸, 송영길, 임종석, 이강래, 이재정, 임채정, 허운나, 정동채, 천정배 의원 등이 서 있다.

하지만 김원기 고문은 여전히 그의 별명대로 '지둘려'이고 김근태 고문, 이상수 총장, 이해찬 의원 등은 "분열은 안된다",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강경파의 선택을 어렵게 하고 있다.

신주류 온건파가 이처럼 주저하고 있는데는 결국 호남표 때문이란 풀이도 나오고 있다. 전북인 김원기 고문은 물론 이상수(서울 중랑갑), 이해찬(서울 관악을) 의원 등도 지역구가 호남표심의 영향권에 들어 있는 것. 이에 따라 신주류 온건파의 속내는 타협을 명분으로 강경파를 다독거려 시간을 끌다 결국 당에 잔류시키려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신주류 내부의 '의심'이다.

신-구주류의 4일 당무회의 이전 타협 여지에 대해서는 신-구주류 모두 고개를 흔들고 있다. 합의하려면 벌써 했다는 얘기다.

신주류가 선택할 수 있는 또다른 카드는 구주류의 요구대로 신당을 포기하는 것이다. '임(호남표)도 보고 뽕(영남표)도 따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임을 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카드는 8개월간 끌어온 신당논의 과정 때문에 국민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할 공산이 높아 쉽사리 꺼내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사진설명) 28일 여의도 민주당사 회의실에서 열린 당무회의에서 신주류측 당원들이 회의진행을 저지하려는 구주류측 당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영욱기자 mirage@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