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흡연 재판

입력 2003-08-28 15:00:00

조선조 광해군 때 우리나라에 들어온 담배는 특히 성인 남성들의 기호품으로 널리 퍼졌다.

사회적 지위와 어른의 권위를 상징하는가 하면, 아녀자들에게는 한을 삭이게 해주는 '심심초'로도 애용됐다.

하지만 흡연의 유해성 문제가 심각하게 떠오르면서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흡연은 한번 습관을 들이면 몸에 나쁜 줄 알면서도 좀체 끊기 어렵다.

'설마 나는 괜찮겠지'하는 막연한 기대도 한몫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젠 '간접 흡연'까지 사회 문제로 떠올라 '금연 구역'은 물론 '금연 건물'이 크게 늘어나면서 흡연자들의 설자리는 그야말로 '사면초가' 상태이다.

▲지난 7월 1일부터 발효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관공서.학교.병원 등 공공시설에서의 흡연이 금지됨으로써 우리 사회에는 요즘 가히 '담배와의 전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금연 바람이 거세다.

담배를 피울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담배는 '마약'이며 흡연을 '살인 방조'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와중에 담배제조회사들은 다각적인 판매 전략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담배에 청산가스.이산화유황 등 인체에 치명적인 물질 4천여종이 들어 있다는 국립암센터의 공식 입장이 담배 소송 재판부에 제출됐다고 한다.

암센터는 국내에서 첫 담배 재판이 진행 중인 서울지법에 '청산가스는 독극물 청산가리와 같은 계열의 화학물질'이며, '흡연은 단일 항목으로 암 사망률을 높이는 가장 큰 원인으로 전체 암 발생 중 30%가 흡연과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이 재판은 1999년 한 폐암 투병 환자가 국가와 한국담배인삼공사(KT&G 전신)를 상대로 '장기간 흡연으로 폐암에 걸렸다'며 1억원 배상 소송을 제기해 4년째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더구나 암센터가 소송 제기자의 질의에 따라 지난해 2월에 이어 두 번째 재판부에 보낸 이번 답변서엔 '담배에는 50여종의 발암물질과 65종의 성장.생식 기능에 독성을 주는 물질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혀 이를 계기로 담배 관련 재판은 한층 가열될 조짐이다.

▲하지만 KT&G측도 만만치만은 않다.

'의학계의 여러 가지 견해 중 극단적인 견해들만 채택했다'며, 재판 과정에서 이를 반박할 연구 자료 등을 제시할 움직임인 모양이다.

몇 달 전 국가인권위원회는 '흡연자도 큰 불편 없이 담배를 피울 권리가 있으며, 이를 존중해야 한다'면서 금연 건물 지정을 반대한 바도 있지만, 흡연자들이 금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훨씬 더 '인간적인 권리 신장'이라는 벽에 부닥쳤었다.

아무튼 남의 나라 일로만 알았던 이번 담배 소송의 향방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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