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주식시장 상승의 이면

입력 2003-08-28 11:01:44

'양길승 몰카사건' 등 악재로 곤욕을 치르던 '참여정부'가 반가워할만한 경제뉴스가 최근 발표됐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후 6개월간 주가지수가 역대 정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크게 올랐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 취임일 592.25였던 거래소시장 종합주가지수는 반년만에 754.72로 뛰어 27.4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일 516.38이던 주가지수는 6개월 뒤 310.23으로 39.92% 곤두박질쳤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7.55%, 노태우 전 대통령은 3.86% 상승하는데 그쳤었다.

이라크 사태, 북한 핵문제, 경기침체 등 국내.외 악재들을 감안하면 참여정부의 6개월간 주가는 예상밖 선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수상승의 이면을 따져보면 기쁨보단 씁쓰레한 기분이 앞선다.

그동안의 상승세가 우리 경제가 회복된 탓보단 철저하게 외국인의 매수에 기인했기 때문. 거래소에서 외국인은 6월 2조3천억원, 7월 2조7천억원어치를 순매수한데 이어 8월 들어서도 1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보이는 등 닥치는 대로 주식을 사들였고, 그 덕분에 지수가 가파르게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에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은 순매도에 급급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수상승의 '과실'은 외국인들이 고스란히 맛볼 뿐 기관.개인투자자들은 되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지수가 연일 연중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개인투자자의 체감지수는 낮다는 얘기다.

개인이 주로 투자하는 중형주와 소형주는 최근 한달여 동안 각각 0.59%와 1.20% 상승에 그쳐 지수 상승률 7.75%를 크게 밑돌았다.

이에 비해 외국인들이 주로 투자하는 대형주는 8.80% 올랐다.

일부 증시전문가들이 전망하는 것처럼 지수가 850선까지 오른다면 외국인들은 더욱 큰 이익을 볼 것이 분명하다.

외국인들의 매수를 따라했다 '상투'를 잡아 큰 손해를 본 쓰라린 경험 때문에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은 지금도 주식을 사는 것을 꺼리고 있다.

기관투자가는 '실탄'이 없어 주식시장에서 힘을 못쓰는 처지다.

외국인들이 주인노릇을 하며 떼돈을 벌고 있는 게 안타깝게도 우리 주식시장의 현주소다.

경제부 이대현 sky@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