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대풍'마을, "기뻐도 내색 못해요"

입력 2003-08-28 11:34:21

올 고추농사가 유례없는 작황부진을 보이고 있지만 안동시 와룡면 지내2리 모산태양초 작목반(반장 정상호)의 고추농사는 이례적으로 대풍을 맞고 있다.

기자가 찾은 작목반 현장에는 이미 서너차례 수확을 한 고추줄기에 아직도 몇번을 더 따내도 충분할 만큼 붉게 익어가는 고추가 촘촘히 달려 있었다.

때마침 고추를 따던 작목반 김완식(50)씨는 "지난해보다 20%는 수확량이 늘어날 것 같다" 며 "타지의 작황이 너무 좋지 않아 기뻐도 내색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풍작의 비결은 땅심을 돋우는데 있었다.

작목반 소속 25농가는 하나같이 이른 봄 고추 심을 밭에 이중 깊이갈이를 한 후 계분과 톱밥·산풀로 발효한 퇴비를 충분히 넣는다.

지력이 좋은 덕에 화학비료가 별로 필요하지 않고 농약도 병충해 예방용으로 최소량만 쓴다는 것.

제초제 역시 거의 쓰지 않고 볏짚이나 부직포로 대신한다.

매년 좋은 토양을 유지하고 관리도 철저히 해 연작피해를 모른다.

행여 밭 한 귀퉁이에 병해가 발생하면 다음해는 미련없이 참깨 등으로 작목을 돌려 짓는다.

올해는 한가지 경사가 더했다.

작목반장 정상호씨가 안동시농업기술센터가 시범사업으로 실시한 고추 비가림 관비재배에 나서 놀라운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 방식은 과수원 점적관수재배를 응용한 것으로 비닐하우스에 고추를 심고 이랑위에 비닐관을 설치, 물과 양액비료를 공급하고 방제약까지 자동 살포하는 시스템이다.

비가림으로 습해가 발생하지 않고 물과 영양분을 필요량 만큼 적기에 공급할 수 있어 최적의 생육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재배결과 비닐하우스 1동(300평)당 건고추 1천500근을 수확, 일반 농가 수확량의 3배를 웃도는 대풍작을 이뤄 투자비를 빼고도 두배 수익이 나는 농사를 지었다.

이곳 농가들의 품질관리도 철저하다.

수확량의 80% 정도를 저공해 태양초로 생산, 그 명성으로 값도 항상 30% 이상 높다.

현재 출하가격이 1근당 6천500원이나 된다.

올해 고추흉작의 주된 원인이 불순한 일기로 인한 것이지만 같은 조건에서 이처럼 대별되는 풍작을 이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안동시농업기술센터 김기훈 지도사는 "지역농가들이 고추를 주소득작목으로 선택하고 있지만 한계에 놓인 과거 재배방식을 답습, 올해 같은 기상여건에 속수무책"이라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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