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대회 폐막일이 불과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회는 성공일까 실패일까? 대구시민 경북도민들에게 과연 어떤 의미로 정립되고 있는 것일까? 의견이야 늘 분분한 것이지만, 적어도 지역민에겐 대단히 성공적인 대회라는 평가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시종일관 봉사, 헌신적인 서포팅
U대회가 종반기로 접어들었으나 그 진행의 기둥에다 서까래 역할까지 도맡은 자원봉사자와 서포터스에 중도 포기자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자들은 이 전례 드문 일을 통해 시민들의 놀라운 애향심과 대단한 헌신성이 명징하게 확인됐으며, 도시의 발전 기초가 충분히 확보돼 있음도 증명됐다고 스스로 놀라와 하고 있다.
대회조직위는 9천824명의 자원봉사자를 지난 16일 최종 확정해 대회 진행에 투입했으나 27일까지 그 중 2% 미만만 중도 탈락했을 뿐 98.6%인 9천643명은 계속 봉사하고 있다고 집계했다. 권오길 자원봉사 담당관은 "작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는 봉사자 1만6천여명 중 절반을 넘는 9천여명이 중도에 포기, 대체인력을 신원 조사도 못한 채 투입해야 하는 등 큰 혼란을 겪었었다"며, "대구 U대회는 한여름에 치러져 많은 체력 소모로 탈락자가 더 많을 것으로 우려했으나 지금까지도 거의 전부가 계속 근무해 조직위 관계자들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촌에서 일본어 통역 봉사를 하는 이미숙(38.여)씨는 "월성동에 있는 집과 선수촌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통근 불편때문에 마음이 달라질까봐 거주지를 강북에 있는 동생집으로 아예 옮겼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174개국을 응원하는 2만5천명 규모의 102개 시민 서포터스들 역시 단 한 건의 활동 중단 사례도 없이 시종일관 일사불란한 모습을 잃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항 영접부터 선수촌 방문 격려, 응원, 선물 전하기, 친선 위로 모임, 관광 안내, 환송까지 전 일정을 선수단과 함께 하며 상당한 경비까지 부담하고 있다.
가장 먼저 입국한 선수단 서포터스를 맡아 최장 활동 기간을 기록한 몽골 서포터스 최상식 회장은 "선수촌이 문을 열기도 전에 선수단이 도착하는 바람에 여관을 구하러 함께 뛰어다니고 이불.베개에다 비누.치약.치솔까지 뒷바라지 했다"며 "각자가 입장권을 사 응원에 참가하는 등 고생이 적잖은데도 회원들이 모두 끝까지 웃는 얼굴로 동참해 지난 3주일이 참으로 값진 시간이 됐다"고 했다.
대구시 자치행정과 박창대 담당은 "대구시가 시민 서포터스 활동에 돈을 조금밖에 지원하지 못했지만 서포터스 회원들은 스스로 주머니를 털어서까지 아낌없이 성원했다"며, "U대회 당장의 가장 큰 수확은 시도민들이 화합하고 다른 지역이 부러워할 애향심과 끈기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일류 시민의식 곳곳서 자부심
많은 시민들은 "우리의 시민의식이 이 정도로 높았던가" 하고 스스로 놀랐다고 했다. 대회 개막 전 지배적이었던 "경기장이 썰렁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기우로 끝났다. 경기 관람 태도는 수준급이고 질서의식은 외국인 참가자들을 놀라게 했다.
27일 오전 펜싱 남녀 플러레 단체전이 열린 전시컨벤션센터에는 1천명이 넘는 관중이 몰렸다. 경기운영부는 기존 800여석으로는 부족해 접이식 의자 800개를 추가로 준비해야 했다. 하지만 장내는 질서정연했고, 선수들에 대한 격려는 올림픽에도 비교 안될만큼 뜨거웠다. 대회조직위 손병순 펜싱 담당관은 "집중력을 요하는 펜싱의 특성을 관중들이 잘 아는듯 조용히 해야 할 때는 지휘 받은듯 너나 없이 정숙한 분위기를 유지했다"며 "경기가 끝난 뒤 관중석에는 휴지나 쓰레기가 거의 없었고 심지어는 접이식 의자를 접어 모두 제자리로 옮겨다 놓아 보는 이를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같은날 오후 기계체조 경기가 열린 계명대 체육관 분위기도 마찬가지. 시민들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경기 특성에 맞춰 박수를 쳐야 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를 잘 맞춰가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한 외국인 심판은 "많은 국제대회에 다녀 봤지만 이번 대회 관중들만큼 훌륭한 매너를 보인 경우는 없었다"고 했다. 서울의 김선옥(36.목동)씨는 "친정에 온 김에 아이들과 경기를 보러 왔다가 너무도 높은 관람 수준에서 더 많은 것을 느꼈다"며, "비인기 종목인데도 이렇게 진지한 관람 태도 덕분에 '엄마의 고향이 이렇게 훌륭한 곳'이라고 아이들에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같이 U대회 관중이 많고 관람객 수준이 높아진 바탕에는 역내 생활체육 저변 확대가 자리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허인숙(45.대구 장기동)씨는 "수영을 6년째 하면서 재미를 붙여 같은 스포츠센터 회원 7명과 함께 이번 대회 수영 경기를 보기로 했었다"고 말했다. 동호회가 활성화돼 있는 테니스 경기에도 동호회 단위의 관람이 적잖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사진설명)경북고체육관에서 열린 태권도경기에서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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