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오후

입력 2003-08-28 10:45:24

청자빛 하늘 되게

쓸어주는 빗자루

고개 마루 넘어오는 바람도 쓸고

포르릉 날아드는 들새도 쓰는

고운 빗자루, 하얀 깃털을 달고.

억새가 피워냈구나.

하늘 쓰는 빗자루.

-김동억의 '하늘을 쓰는 빗자루'

이 시를 읽고 있으면 가을 들판 한쪽에 억새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억새들이 햇살을 받아 화안하게 빛나면 멀리서 봐도 눈이 부셔서 가슴이 설렌다.

그 주위에 아이들 몇 명이 메뚜기를 잡으러 뛰어다니는 풍경을 상상해 보면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평화, 행복에 젖을 수 있다.

영주에 살고있는 김동억님의 동시를 읽었다.

흔들리는 억새의 모습에서 하늘을 쓸고있다는.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