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맘껏 '끼' 발산하는 선수촌

입력 2003-08-28 10:45:24

대구하계U대회도 벌써 막바지다.

메달 집계에 촉각을 곤두세울 때이기도 하련만, 여느 스포츠대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그야말로 지구촌 젊은이들의 '하나가 되는 꿈'이 뜨거운 축제로 느껴진다.

갖가지 문화예술 공연과 시티 투어, 전시컨벤션센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관람과도 자연스럽게 연계되어 우리를 다각적으로 부각시키는 시너지 효과도 큰 것 같다.

선수촌은 승패의 부담감을 뒤로 미루고, 새로운 문화 속에 흠뻑 젖어드는 열린 공간이자 젊음의 해방구이다.

북구 서변동에 자리잡은 선수촌은 아파트 24개 동에 174개국에서 온 6100여명의 선수들이 머무는 쾌적한 둥지이며, '국기 광장' '축제의 광장' '젊음의 광장'도 마련돼 있다.

'국기 광장' 앞의 육상 트랙과 잔디구장에는 경기에 나가기 위해 가볍게 몸을 푸는 선수들이 눈에 띈다.

역시 디지털 세대답게 선수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은 PC방이다.

80대의 컴퓨터를 하루 1천500여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다.

오후 5시 무렵에도 20여명의 선수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축제의 광장' 한국전통문화 체험장도 탈과 매듭 만들기 등으로 붐비기는 마찬가지다.

반바지에 코가 큰 서양선수들이 겅중거리며 널뛰기를 하는 광경은 박장대소를 자아낸다.

한복 체험장이 갑자기 소란스럽다.

족두리를 쓴 신부 곁에 갑옷 입은 장수가 떡 버티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그러다 곤룡포를 입은 선수에게 밀려나면서도 신기한 표정으로 사진 찍기에 바쁘다.

대학생으로서 마지막 U대회 참가라 감회가 남다르다는 제시카(23·멕시코)양은 한복을 입고 전통혼례식을 올리고 싶다며 연신 '베리 굿!'이다.

공연장에서는 사물놀이, 하회별신굿탈놀이, 북청사자놀음 등의 민속공연과 패션쇼가 매일 열리고, 재즈·록 콘서트도 이어진다.

그리스·폴란드·대만·태국 등의 민속공연도 함께 펼쳐져 '하나가 된 꿈'의 축제를 실감케 하기도 한다.

경기장에서 돌아온 선수들이 땅거미를 안고 공연장으로 몰려든다.

브라질·멕시코 등 남미 선수들은 사물놀이의 리듬에 소고를 두드리며 열광한다.

흥에 겨운 모습은 영락없는 우리 모습이다.

대구는 이제 그들과 더 이상 거리가 먼 이방이 아니리라. 우아한 한복 패션쇼가 시작되자 객석에서는 낮은 탄성이 터져 나오고, 여기저기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번뜩이는 동안, 종교관과 문화전시관에도 선수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어떤 선수들은 친절하고 매너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인상 깊다고 입을 모으며 엄지손가락을 세우기도 한다.

피부색과 얼굴 모습은 개성일 뿐, 모두 마음은 하나라는 느낌이 스친다.

다섯 시간 넘게 선수촌 곳곳을 돌아보았지만, 북한 선수들이 머무는 아파트는 일말의 아쉬움을 안겨준다.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누구 한 사람 경계 밖으로 자유롭게 드나드는 일이 없어 마음이 아프다.

그들은 통역 없이도 자유롭게 웃고 즐겨야 할 우리의 아들·딸들이지 않은가. Dream For Unity! 하지만 '하나가 되는 꿈'은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강문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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