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에게 이번 U대회는 그리워하던 고향민들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러나 이들을 먼 발치서 바라만 볼 뿐 드러내놓고 응원하거나 만날 수 없어 답답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최근 불거진 이념분쟁으로 속은 더욱 타 들어간다.
북한 선수 및 응원단을 바라보는 탈북자들의 솔직한 심정을 들어봤다.
신변 보호 차원에서 신원은 밝히지 않는다.
편집자
"남과 북이 경기를 한다 해도 북한을 응원할 겁니다".
탈북자 30여명은 지난 24일 북한 대 프랑스 여자 축구가 열린 시민운동장을 찾아 응원했다.
그러나 주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관전했다.
신변 문제 때문. 보통 개별적으로 응원하러 가지만 이날은 모처럼 단체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함께 응원할 수 있었다.
남과 북이 하나돼 목이 터져라 외쳐대는 '우리는 하나다'는 구호 만큼 간절히 통일을 바라며 한반도기를 하늘 높이 흔들었다.
이들은 남과 북이 맞붙어도 북한을 응원할 거라고 했다.
고향 사람이기 때문이다.
북한을 탈출한 건 먹을 게 없어서지 고향이 싫어서나 정치, 사상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고 했다.
남측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북한 응원단에 대해선 별다른 소감이나 관심이 없다고 했다.
이들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란 것. "출신 성분이 좋고 집안 좋고 학벌좋고 부유하고 예쁜 사람만 뽑아 오는데 그 정도 안되겠습니까. 체육경기에선 선수들이 이기는 게 중요한데 선수나 경기는 취재하지 않고 응원단에만 몰려 다니는 것을 보니 너무 우습습니다". 그래도 이들은 자연 미인이지 성형 미인은 아니라고 했다.
북한 응원단원들이 생각보다 말도 쉽게 잘하고 자유로워 보인다고 했더니 "소외받고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좋은 환경에서 자라면서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어떤 말을 해도 북한 체제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선수단에 대한 심정은 달랐다.
가까이에서 직접 보고 싶고, 손도 잡고 싶고, 얘기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선수들을 보면 눈물부터 나고 가슴 아픕니다.
잘 먹었으면, 영양상태가 좋았으면 더 잘했을 텐데, 세계 1등도 문제 없을 건데 하는 안타깝고 애처로운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도 이들이 꼭 이겨줬으면 하고 마음 속으로나마 간절히 바라고 있습네다".
최근 잇따른 불미스런 사태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며 언급을 자제했다.
"별로 얘기할 만한 게 못됩니다.
그냥 북측에 대한 남측 사람들의 의견이 아직 많이 다양한 것 같은 느낌은 듭니다.
감정 차이도 많이 나는 것 같고요. 이번 대회에서도 시민 전체가 북측을 응원하고 통일을 바라는 건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경기장에선 참 감동적이었는데…".
온 국민, 대구 전체가 들끓었던 지난해 월드컵 대회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했다.
거리에서 차를 찾아볼 수 없었고 아파트마다 함성이 터져나왔던 그때와는 많이 다른 분위기라는 것. "이번엔 동족인 북한까지 참가했는데 좀 아쉽습니다".
"북한 선수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 꼭 승리해 세계에 북한의 힘을 보여 줬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하루빨리 통일돼 남북이 합쳐 강대국이 됐으면 하는 게 소원입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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