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딛고 일어선 '한국 안마 투혼'

입력 2003-08-28 08:23:12

'극적인 역전승'.

27일 계명대 체육관에서 열린 체조 남자단체전. 한국은 철봉과 마루에서 잇따른 실수로 우크라이나에 뒤져 은메달에 머무는 듯 했다.

안마, 링 두종목만 남겨놓았지만 선수들의 부상 후유증이 워낙 큰 탓에 더이상의 기대는 무리인 듯 싶었다.

그 순간 한국선수들은 신들린 듯, 고난위도 기술과 착지 동작을 완벽하게 성공시키기 시작, 우크라이나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종합점수 0.275라는 간발의 차이. 한국 남자체조가 사상 처음으로 국제대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룬 순간이었다.

한국은 지난 64년 도쿄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이래 40년간 세계의 높은 벽에 가로 막히고,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일본에 밀려 단 한차례의 우승도 하지 못했던 한을 이번에 풀게됐다.

체조강국 중국, 일본이 U대회에 2진급 선수단을 파견한 탓도 있지만, 한국선수들의 빛나는 정신력을 보여준 경기였다.

대구 출신 이주형 코치는 "이선성의 어깨부상, 양태석의 발목부상에다 세계대회 참가후 22일 귀국한 선수단의 시차 적응이 힘들었다"며 우승하기까지 숱한 난관을 뛰어넘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일본·중국에 비해 기술이 뒤지지 않았고, 1진을 파견한 강호 우크라이나도 완벽하게 제압, 한국 체조를 세계 정상급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우승의 주역은 국가대표 양태영(23·경북체육회), 이선성(23·수원시청), 신형욱(22·한체대 4년), 양태석(21·한체대 3년), 김대은(19·한체대 1년).

서울체고와 한체대를 졸업한후 올해 경북도청에 입단한 양태영과 고교·대학 후배인 양태석은 친형제로 체조에 관한 한 강한 라이벌의식을 갖고 있는 한국 최고의 스타. 수원농고·한양대 출신인 이선성은 묵묵히 팀의 맏형 역할을 해내 '안방마님'으로 불린다.

경남체고를 졸업한 신형욱은 2001년 동아시아대회 안마 개인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후 2년간 슬럼프에 빠졌다 이번 대회에서 자신감을 완전히 회복한 노력파.

막내 김대은은 전남 영광고 시절 부산아시안게임 도마 개인종목 동메달, 지난해 전국체전 5관왕을 이룬 실력파이면서도, 대학 입학후 그 흔한 미팅 한번 하지 않고 연습에만 몰두해 '의지의 한국인'이란 별명을 얻었다고.

한충식(44) 감독은 "선수들의 투혼이 우승의 원동력"이라며 "29일 열리는 개인종합전에서도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고 개인종목에서 2, 3개의 메달을 딸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홍기자 pj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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