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國기업 쫓아내는 것 아닌가

입력 2003-08-27 11:38:41

소탐대실(小貪大失), 즉 '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잃는다'는 격언이 요즘 우리 경제 현실에 딱 맞는 말인 것 같다.

노사분규와 제 목소리 높이기에 바쁜 소위 '집안 싸움'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 '세계화'의 도도한 물결은 한국을 외면하고 있다.

소득 1만달러의 문턱도 제대로 넘지못한 우리가 벌써부터 자만과 도취에 빠져 대의(大義)를 거스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뼈아픈 자성이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 수없다.

세계 최대의 유통기업이자 국내 투자규모 7위인 월마트가 한국에 대한 추가 투자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자는 "사업 축소나 포기를 전제로 한 결정은 아니다"라고 얘기하고 있으나 경기 침체에다 노사 갈등, 북핵 문제, 한국 시장의 역동성 등 국내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내린 결론임은 틀림없다.

이익 추구가 목표인 기업이 경기 침체기에 투자를 축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외국기업의 이같은 '발빼기'전략이 최근 고조된 국내 노사분규와 맞물려 집단적.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데 주목해야한다.

이미 다국적 식품회사인 한국네슬레는 50일째 계속되고 있는 노조의 파업에 맞서 25일부터 직장폐쇄에 들어갔다.

이에따라 올 들어 직장폐쇄를 단행한 외국계 기업은 KGI 증권 등 5개사로 늘었다.

1단계로 서울사무소만 폐쇄했으나 파업이 이대로 진행된다면 청주 공장과 영업점도 곧 폐쇄할 것라고 한다.

지역에서는 지난 7월19일 유리섬유 제조업체인 김천의 한국오웬스코닝이 파업에 대응해 직장폐쇄에 들어갔다.

다행히 한달만인 지난 12일 노사 합의를 통해 정상조업에 나섰지만 '내부 갈등'이라는 앙금은 쉬 가시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해외의존도가 높아 세계 경제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데다 '북한'이라는 남다른 '폭탄'을 안고있어 외국의 시각에서 보면 그렇게 호감가는 투자 지역이 아니다.

그래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해외 자본을 유인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해외직접 투자 유치를 위해 전력을 쏟아도 시원찮을 판국에 정치 불안과 노사 분규라는 악재가 재를 뿌리고 있으니 우리의 미래는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건전한 노사 문화는 기업과 근로자 간의 '신뢰'에서부터 출발한다.

그 믿음을 바탕으로 대화와 타협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해외기업의 '엑소더스'는 반드시 경제적인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에 대한 믿음이 깨어진 것은 아닌지 심각히 반성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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