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시안게임이 열린 부산을 뜨겁게 달궜던 북한 선수단과 미녀 응원단은 남북 분단 이후 북한사람들의 첫 대규모 남한 방문이라는 점에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1일 개막된 대구 U대회 역시 마찬가지다.
남북한 동시입장이 이뤄지고 북한팀이 나서는 경기장마다 한반도기가 휘날리고 아리랑이 불려지고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가 북측 응원단의 선창으로 외쳐지는 등 남북한이 한 민족이라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있다.
자칫 그들만의 잔치에 그칠 뻔했던 U대회가 북한 팀의 참가로 매스컴의 주목을 끌면서 사상 유례없는 성공대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똑같이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참가했지만 부산 아시안게임과 11개월 뒤 치러지고 있는 대구U대회가 너무나 다른 차이점을 드러내고 있다.
보수단체의 반북 행동이 훨씬 강해졌고 이에 대한 북한측의 반응도 훨씬 즉각적이고 격해졌다는 것이다.
또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 시민들의 열기도 시들해졌다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변화다.
지난해 부산 아시안 게임 당시에도 대회 개막을 앞두고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잇따라 한반도기 사용에 반대의사를 표시했고 "인공기를 찢어버리겠다"는 주장이 이어지기도 했다.
또 서울에서 인공기와 김 국방위원장의 사진을 태우려다 경찰과 충돌하는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대회가 치러진 부산 현지에서는 이렇다할 물리적 충돌은 없었고 북한측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구에서는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북한측을 향한 보수단체들의 '자극적인' 행위는 곧바로 북한측의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반발로 이어지고 사사건건 보이콧 주장을 낳아 조직위 등 대회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하면서 혹여 대회 운영에 차질이 되지 않을까 우려를 낳고 있다.
올초부터 부쩍 강화된 보수단체의 활동으로 보수-진보 세력간 충돌 우려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보수단체의 북한측을 자극하는 언행이 U대회를 앞두고 부쩍 많아지고 강해졌다는 점에서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물론 이같은 북측의 반발은 노무현 대통령의 인공기 훼손에 대한 유감표명 당시 언급한 대로 북한이 너무 감정적이고 강경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측면도 있지만 우리로서도 이들을 자극하는 등 빌미를 준 것이라는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북한측의 반응 역시 지나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설사 원인 제공의 잘못이 우리 쪽에 있다고 해도 유감 표명이나 이의 제기 수준이 아니라 사사건건 대회 불참 내지 보이콧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대회 분위기를 흐리거나 식어버리게 만드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 많다.
때문에 북한측의 행동을 괜한 트집잡기라거나 남남갈등을 유도하기 위한 정치행위라는 주장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또한 북한측이 자신들의 불참이 가져올 악영향 등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이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시민들의 반응 열기 또한 지난해보다는 덜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북한이라는 상품의 '약발'이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가장 보수적인 도시라는 대구의 시민들이 각종 사건과 사고로 침체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대구 도약'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하며 성공적인 대회 마무리를 위해 침묵하고 때로는 환호하고 있지만 지난해 온 나라를 흥분시켰던 환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열기도 그 때보다 못하다.
이같은 현상들의 이면에는 지난해 대선을 고비로 우리 사회가 세대간 갈등, 계층간 갈등, 지역간 갈등에다 보수와 혁신 등 이념의 갈등구도까지 극명하게 노출시켜버렸다는 현실도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돈이 오갔다는 남북정상회담 이면의 이야기 등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감이 한국의 정치상황과 맞물려 훼손됐고 한반도 정세 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는 북한핵문제 등으로 인한 우리 국민들의 대북관의 변화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관련기사--==>매일신문 '2003 대구U대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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