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110m허들 박태경

입력 2003-08-27 09:08:51

"허들 3개를 남겨놓았을때 제 옆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어요.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자세가 좀 불안정해졌고 페이스도 잃어버렸죠. 더나은 성적을 낼 수도 있었는데···".

26일 육상 남자110m허들에서 '금메달보다 더 값진' 동메달을 딴 박태경(23·광주시청)은 결승전 당시를 회상하며 다소 아쉬워하는 듯 했다.

한국신기록과 함께 세계대회 트랙종목에서 18년만에 메달을 획득, 주위로부터 쉴새없이 축하를 받았지만, 미련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도 동메달을 땄다는 자체만으로도 무척 큰 의미가 있어요. 올해초 운동을 그만둘까 할 정도로 방황을 했는데, 이를 훌훌 털어버릴 수 있게 됐잖아요".

그는 지난해 부산아시안게임에서 한국신기록을 수립하고 은메달을 땄는데도, 올해초 별다른 이유없이 대표팀에서 제외된데다 왼쪽다리 부상까지 겹쳐 고통스런 시기를 보냈다.

두달전 모질게 마음을 먹고 부산에 있는 김효종 전 대표팀 코치를 찾아가 자취생활을 하면서 지도를 받았다

'한국허들의 희망'으로 불리는 그는 특유의 스피드에다 허들넘는 기술을 보강, 내년 아테네올림픽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치장을 좋아해 귀걸이를 즐기는 그는 부산에서 알게된 여성에게 프로포즈를 해놓고 기다리고 있다고.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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