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백반과 소금을 넣어
실로 챙챙 매면
지난 밤 폭풍우에 유난히 붉게 피며
떨어진 봉선화가 내 죽어도
썩지 않을 손톱 속에
오롯이 들어앉는다.
비의 끝에 쪼그리고 앉은 사람이
비바람쳐서 낭자하게 다툰 역사의 마음을 읽는
손가락 끝의 혼례식이 아프다.
박정남의 '봉선화 물들이기'
어린 시절 할머니는 그 거친 손으로 봉선화 꽃잎을 따서 손톱 발톱에 물을 들이셨다.
저승길을 밝히는 것이라는 말을 어린 나는 이해하기 힘들었었다.
그리고 두어 해가 지난 가을 할머니는 그 밝은 길을 떠나셨다.
첫눈 올 때까지 아끼며 손톱을 다듬으시던 할머니의 마지막 애착이 교정의 봉선화를 볼 때마다 떠오른다.
시인은 봉선화 물들이는 것을 손가락 끝의 혼례식으로 보고있다.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