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대-정치비리와 오보

입력 2003-08-27 09:48:07

최근 대형 오보 발생으로 인해 언론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정치보도의 경우 실명 거론된 당사자들이 해당 언론사들을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고, 이번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법적 대응을 강력히 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언론계와 정계는 심각한 수준의 갈등상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굿모닝시티로부터의 정치 비자금 수수설과 관련, 최근 특정 거물급 정치인들을 실명 보도한 동아일보의 7월 16일자 보도가 바로 대표적인 경우다.

오보를 시인한 동아일보는 이와 관련된 책임을 물어 편집국장과 기자들을 징계한 바 있다.

그로부터 불과 며칠 후 오보를 의심케 하는 중앙일보의 한 보도로 정계와 언론계에는 또 한 차례 소동이 일어났다.

신계륜 민주당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박범계 민정2비서관의 경질을 요구했다는 중앙일보의 7월 28자 보도가 바로 그것이었다.

이른바 '386 음모론'으로 비화된 보도에 대해 신 의원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고, 오보에 대한 경각심과 아울러 일부 언론들의 보도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서 크게 주목을 끈 바 있다.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행태에 대한 갈등은 8월 12일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과 조선·중앙·동아·한국 등 4개 신문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그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비리의혹 제기와 관련해 현직 국회의원과 언론사를 상대로 제소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정치비리 진위를 둘러싼 정언간의 갈등은 극한적인 국면을 맞고있다.

현직 대통령의 신분으로 국회의원과 언론사를 상대로 법적 소송까지 제기할 필요까지 있느냐는 신중론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저널리즘의 정도를 벗어난 행태와 권력화한 언론에 대한 정당한 비판론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오보를 둘러싼 공방은 앞으로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보는 왜 발생하며 그것이 발생하게되는 현실은 어떠한가. 오보가 발생하는 데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저널리즘이 준수해야 할 원칙을 기준으로 볼 때 무엇보다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정언유착 속에 특종을 위한 '한건주의' 관행이 오보를 낳고 있다.

언론계의 고질적 병폐현상 중의 하나인 '한건주의'를 앞세우다보니 자연적으로 취재경쟁은 과열되기 마련이고 기사의 완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보가 발생하는 원인 중의 하나로 일부 언론사들은 참여정부가 도입 실시한 브리핑제도의 문제점을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브리핑제도가 보편화된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심층 탐사보도가 더 발달돼있고, 저널리즘의 원칙 역시 철저히 중시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브리핑제도에 오보발생의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 아닌가 한다.

둘째, 정가에 나도는 정보에 대한 '사실확인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국회 등을 중심으로 정가에 흐르는 정보량은 하루에도 실로 엄청나다.

시시각각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정보들을 체계적이고 정확하게 선별하기 위한 정치부기자들의 수완과 능력은 과거나 현재에도 변함없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게이트키퍼로서의 기자의 능력이 부족할 때 자칫 (비의도적) 오보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고 특히 정치관련 기사는 여론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셋째, 언론사의 '자기 이데올로기적 경직성'이 오보를 낳고 있다.

언론사가 지향하는 자기 이데올로기적 경직성은 특정 정파에 대한 편향적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으로써 오보를 낳을 수 있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

특히 특정 언론사의 자기 이데올로기적 경향이 자칫 자사이기주의에 희석된다면 오보의 발생 가능성은 매우 크다.

넷째, '경직된 취재 시스템과 제도'가 오보를 야기하고 있다.

우리나라 언론의 취재 관행이나 편집국 운영 시스템을 살펴보면 오보의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있음을 알 수 있다.

아직도 보편화되지 못한 전문기자제도라든지 구조적으로 취약한 취재 시스템 등이 그 주요 원인들로 지적되고 있다.

언론의 사명은 무엇보다 권력의 비리 및 비리의혹에 대한 비판과 감시에 있다.

그러나 오보는 정치적 의혹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필요이상으로 앞서가는 비판으로부터 야기될 수 있으며, 특히 저널리즘이 준수해야 할 기본 가치를 언론 스스로가 외면했을 때 발생한다.

기사의 완결성과 팩트에 대한 사실확인 그리고 전문성 향상은 오보 예방을 위해 과거나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끊임없이 제기될 대안이다.

최경진 대구가톨릭대 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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