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추석상여금 지급 '비상'

입력 2003-08-27 09:55:50

지난해 추석때 기본급 50%의 정기 상여금과 특별선물을 지급했던 지역 ㄱ섬유는 올해 추석엔 모든 보너스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업체 한 간부는 "비수기인데다 경기침체 및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쳐 최악의 7, 8월을 보낸 결과"라며 "쇄도하는 어음 결제에 1억원 상당의 추석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담보물이 씨가 말라 그 어디에서도 돈을 구하지 못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우울해 했다.

지역 ㅇ자동차 부품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 현대차 파업으로 지난달 정상 조업을 못한데다 전체 납품 물량이 노사합의 이후에도 예전의 60% 수준에 그쳐 아직까지 상여금 지급 계획조차 세우지 못했다. 이모 대표는 "이변이 없는 한 상여금 축소가 불가피하다"며 "은행 및 정부기관 등의 추석 경영안정자금이 주변에 널려있지만 신용대출만으로는 돈 빌리기가 쉽잖다"고 했다.

대구.경북 중소기업들의 추석 상여금 지급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 파업, 섬유 대불황 등으로 자금난이 심화하고 있는 상당수 지역 중소기업들이 최소한의 상여금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긴축 경영에 돌입한 일부 우량기업들조차 상여금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경기 호황으로 지난해 추석때 정기 상여금 이외에 기본급 60% 수준의 특별상여금을 지급했던 성서공단내 ㅈ기계업체는 올 추석엔 정기상여금만 지급하기로 했다. 업체 관계자는 "이는 미-이라크 전쟁, 사스, 화물파업 등 악재가 겹쳐 예년보다 20~30%가량 매출액이 급갑한 때문"이라며 "추석을 앞두고 외주 업체들의 자금 독촉은 심화하고 있는 반면 외상 대금 회수는 자꾸 지연돼 정기상여금도 제대로 지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생산성 향상 격려금 등의 이름으로 비슷한 수준의 보너스를 지급했던 ㅇ철강, ㅂ섬유, ㅅ금속 등 공단 내 타 업체들도 속속 보너스를 없애기로 하는 등 이같은 상여금 축소 분위기는 공단 전체로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대구경영자 협의회가 최근 지역 232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올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는 업체 비율은 82.5%로 지난해(85.6%)보다 3.1%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평균지급 금액도 지난해 77.4%에 비해 4.2%포인트 감소한 73.2%로 조사됐다.

중소기업 경우 사정은 더욱 안 좋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추석을 앞두고 전국 471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자금상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추석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인 업체는 전체의 71.3%에 불과, 지난해보다 12.6%포인트나 감소했다.

정덕화 대구경총 노사협력팀장은 "지역 업체들은 추석 애로상항을 묻는 설문 조사에서 경기체로 인한 자금 운영상의 어려움, 외상대금 회수부진, 채산성 악화 등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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