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대회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적잖다.
그러나 이들은 "대회를 성공시키는 것도 바로 우리 자신들 일"이라며 감수하고 있다.
또다른 많은 사람들은 밥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거나 찬 땅바닥에 몸을 뉘어가면서까지 대회에 힘을 보태겠다고 나서 있는 중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희생해 U대회의 불꽃을 피워 올리고 있는 것이다.
대구은행 대구 본리지점 앞에서 15년째 건어물 노점상을 한다는 김분출(64.성당동) 할머니는 U대회 때문에 열흘이나 장사를 못했다고 했다.
구청의 단속이 심해져 아예 전을 걷었다는 것. "장사를 하루만 못해도 손해가 많은데 열흘씩 문을 닫다보니 건어물이 상해 내다 버리기도 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지난 22일 오랜만에 장사하러 나왔다는 할머니는 "월드컵 대회 때는 단속이 이렇게 심하지 않았다"면서도 "이번 대회는 대구가 주최자이다 보니 더 잘하려고 그러는 모양"이라고 받아들였다.
할머니는 나아가 "대구 시민들이 벌이는 잔치마당이라니 다른 것은 못해 주더라도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대회가 잘 치러져 대구 경기가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과일 노점상을 하는 김금순(48.여.상인동)씨 역시 열흘 가까이나 전을 펼 수 없었으나 "다 같이 잘해 보자고 하는 일이니 나도 동참해야 하지 않겠느냐" "대구 시민이 대구를 위한 일에 이 정도 손해도 못받아들여서야 되겠느냐"며 웃어 보였다.
선수촌이 있는 동변동 주민들도 불편을 잘 참아내고 있다.
일부는 구청.대회조직위 등의 홈페이지를 통해 불만을 호소하긴 하지만 상당수는 "어쩔 수 없지 않으냐, 우리 동네로 많은 손님을 맞은 것만으로도 기쁜 일"이라고 했다.
선수촌 앞 주공그린빌 아파트 이연태(33)씨는 "우리 동네에서 국제적인 잔치를 치르는 일이 또 생기겠느냐"며 "아이들에게 이런 축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만족"이라고 했다.
불편 정도는 시민인 이상 감수하겠다는 것. 김씨는 "자동차 출입 통제로 버스노선 2개가 없어진데다 셔틀버스 운행간격마저 길어 불편이 많고, 통제 때문에 차들이 아파트단지 안으로 우회하면서 아이들 놀이나 통행이 위험해졌다"고 했다.
대회 자원봉사자들은 식사조차 보급되지 않자 각자 도시락을 챙겨오거나 간식으로 지급되는 빵.음료로 종일 견디면서도 기꺼이 헌신하고 있다.
경북고 경기장 수송담당관 김규태(32)씨는 "뙤약볕 아래서 식사마저 거르면서도 묵묵히 맡은 일을 해내는 봉사자들이 너무도 고맙다"면서 "이렇게 손해를 감수하고 몸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이번 대회가 빛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특히 U대회 서포터스 회원이나 자원봉사자로 대구를 찾은 외지인들은 친척 집을 전전하거나 팔공산에서 텐트생활까지 하면서 봉사하고 있다.
24시간 운영되는 선수촌 등의 시설에 배치된 봉사자 240명에게만 숙소가 제공됐을 뿐 전체 외지 봉사자 1천135명 중 나머지는 잠자리마저 스스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 지난 18일부터 삼촌댁에 머물고 있다는 김경은(21.창녕)씨는 "눈치가 보이고 집 떠나 지내기가 고생스럽지만 젊을 때 큰 경험 해 보자는 생각에 불만은 없다"고 했다.
특정 서포터스.자원봉사자 800여명은 지난 19일부터 아예 팔공산 가산산성 야영장에서 야영하고 있다.
오전 6시쯤 일어나 아침식사를 한 뒤 버스 8대와 승합차 40대에 나눠 타고 경기장으로 향한다는 것. 대회가 폐막되는 31일까지 이런 생활을 계속할 예정이다.
이들이 부닥치고 있는 가장 큰 불편은 샤워장.화장실 부족이라고 했다.
대학생 이신애(21.서울)씨는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샤워장으로 몰리다보니 줄을 서 오래 기다려야 하고 물이 잘 안나올 때도 있다"고 했다.
학원 공부를 잠깐 중단하고 왔다는 이지인(24.안양)씨는 "잦은 비때문에 바닥에서 습기가 올라와 옷과 침낭이 축축해져 말리느라 애를 먹는다"고 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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