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의 벽' 신세대가 깼다

입력 2003-08-26 11:15:02

서양 선수들이 김치를 더 좋아하고 중동 선수들이 밥을 챙기는 반면, 우리 선수들은 양식을 선호하고 있다.

세계의 젊은 세대에겐 나라별 음식 차이가 사라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갖가지 징후가 세계 각국 젊은이들이 모인 U대회 선수촌 식당에서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선수촌 식당을 맡고 있는 롯데호텔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리 선수들은 서양식을 좋아해 도시락도 양식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북유럽이나 중동 국가 선수들은 우리 주식인 밥을 많이 찾고 있다.

일반인 선수들이 참가한 작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만 해도 드러나지 않았던 흐름. 그때 중동 선수들은 밥을 거의 찾지 않았다고 종사자는 전했다.

김치를 찾는 선수도 한국인보다는 외국인들이 훨씬 많다고 했다.

지난 24일 식당에서 만났던 스위스 체조 필리페(20) 선수도 "밥과 스파게티를 즐겨 먹는데 그 맛이 아주 좋다"고 했다.

라면 선호가 전세계로 확산됐음도 확인됐다고 관계자들은 판단했다.

라면은 동양인만 모인 부산 아시안게임 때 하루 평균 3천여개 소비된 반면, 이번 대회에서는 전세계인이 모였는데도 하루 소비량이 2천500여개나 된다는 것. 인도네시아 테니스 펄디(25) 선수도 "배 고플 때 쉽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 컵라면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들 젊은 세대에게서 나타난 또하나 공통적인 특징은 군것질류를 매우 즐긴다는 것. 스파게티, 빵, 쿠키, 아이스크림, 음료 등을 너나 없이 좋아해, 식사 중에도 빵·쿠키를 함께 먹고 보통 때도 식당을 찾아 쿠키·음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런 여러 특징을 종합해 식당 관계자는 "세계에서 모인 보다 젊은 선수들에겐 동서양 음식 구별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편 식당측은 무더위가 이어지자 보양식을 특별히 준비하고 있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동양식으로는 육류·장어 음식, 서양식으로는 피로회복에 좋다는 치즈 많이 든 피자, 스파게티, 이탈리아식 만두 등이 선수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관련기사--▶매일신문 '2003 대구U대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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