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肥滿의 반대쪽

입력 2003-08-26 11:17:02

KBS-TV 일요프로중에 '비타민'이란 국민건강캠페인이 있고, 그 속에 '자장면 시키신분' 이창명이 비만주부를 상대로 진행하는 '뱃살을 줄여라'고 하는 프로그램이 들어있다.

재미도 있지만 그냥 재밌다고 하기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쯠TV속, 서울의 한 아파트마당을 꽉 채운 비만주부들과 그 아들.딸들에게 이창명이 "아는 음식 대어보라"니까 탕수육.삼겹살.갈비.삼계탕.육개장 같은 음식이름들이 죽 대어졌다.

뚱마(뚱뚱한 아줌마)들의 허리둘레는 예사로 36인치, 38인치였다.

비만과 정상의 경계선이 남자 36, 여자 32인치라면 우리 주부들의 건강은 위험수위를 넘어선 것같다.

▲한국인의 위장의 평균용량은 1천500㏄. 그러나 계모임 갔다온 주부들의 뒷얘기를 들어보면 배가 터지지 않는게 이상하다.

모임을 준비하는 집에선 대개 식사이외에 비포(Before)와 애프터(After)로 과일에서부터 삶은 감자.고구마, 옥수수 같은 것 한소쿠리를 내어놓으면 그것 다 먹은 다음 밥상 다 비우고 이어 끝에 나온 떡.과일까지 다 해치우고도 미련이 남아있다고 한다.

여성들의 위장은 남성보다 작아서 1천300㏄정도인데 그게 꾸역꾸역 다 들어가니 한국주부들의 위장은 참 신축성이 탁월하다.

▲일부 부유층 주부들의 보석욕심이 식욕에 못지않다고 해서 요며칠 시끄럽다.

신분노출을 꺼리는 탓으로 서울엔 보석상과 이들 마나님들 사이에 보석중개인이 등장했는데, 이 중개인이 보석값을 가로채는 바람에 강남부유층 주부들의 보석사냥 행태가 한꺼풀 벗겨진 것이다.

중개인의 수첩에는 사파이어.다이아 등 샀다하면 한번에 억대씩인 이들 주부들의 이름과 주소가 빼곡했는데,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전화를 걸면 하나같이 오리발에다 "내이름 노출되면 그냥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이라니 그 남편들의 신분들도 대단할 터이다.

20년전 대도(大盜) 조세형 때문에 세상에 알려졌던 물방울다이아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란 것이다.

▲불우이웃을 돕는 후원자들의 중단사례가 엄청나다.

한국복지재단 한군데만의 집계로, 올해 7월말 현재의 재단후원자수는 8만7천여명인데 이게 연초보다 무려 3천명이상 줄어든 수치라는 것이다.

갓난아이를 안고 찾아와 "조금만 도와주면 함께 살고 싶다"는 20대 미혼모는 결국 아이를 고아원에 맡기고 돌아서야 했다고 한다.

외환위기때도 이렇진 않았는데 실로 97년이후 처음보는 후원자 감소현상이다.

'주부 뱃살'의 심각한 상황은 가족건강의 위기라는 점에서도 심각하지만 이 집단비만.빗나간 보석사냥에 가려진 불우이웃들의 상대적 불만이 외면당할까봐 더 심각한 것이다.

강건태 논설위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