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박한 인심에 눈물
모처럼 휴일이고 해서 아이들이랑 시내 쇼핑을 갔다.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입한 뒤 집으로 가기 위해 나왔는데 몇 발짝 가지 않아서 어떤 남자가 화를 내면서 우리 아이에게 "너 차 긁었지?" 하는 것이었다.
아이는 엉겹결에 "아뇨"했고 나 역시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다.
남자는 아이의 손을 확인하면서 "너 동전으로 내 차를 긁었잖아"하면서 아이에게 왜 거짓말을 하느냐고 소리를 쳤고, 아이는 울면서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었다.
그제서야 상황파악을 할 수 있었다.
아이는 식당에서 나오면서 주차해 놓은 차들로 좁아진 길에 정차하고 있는 차에 생각없이 동전으로 그으면서 왔던 것이었다.
아이와 함께 바로 뒤에 주차 중인 차에 가서 확인을 하니 긁힌 자국이 있었다.
너무 미안했다.
남자는 딸 아이에게 계속 큰 소리로 꾸중을 하였고 아이는 공포에 떨며 계속 울먹이며 용서를 빌었다.
그런데 그 남자는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면서 변상을 요구했다.
흠집난 곳 대부분 수건으로 닦으니 쉽게 원 상태가 되었는데 뒷 부분은 아주 미세하게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 흔적은 집중해서 봐야 확인이 가능할 만큼 아주 약간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흠집난 차의 옆면을 확인하고는 "별로 표시나지 않구만 그냥 보내주지"라고 한 마디씩 했으며, 또 어떤 사람은 복잡한 곳에 주차해 놓은 사람도 잘못이 있다고 했다.
한참을 실랑이 한 끝에 배상해주기로 했다.
아이의 생각없이 저지른 단 몇 초간의 행동으로 아이는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온갖 꾸중과 심리적 공포를 체험했고, 물질적 배상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딸 아이가 분명 잘못했다.
하지만 아이에게 고소를 하겠다고 윽박지를 만큼 공포감을 줄 필요가 있었을까. 돌아오는 길에 상처받았을 아이와 야박한 인심을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이응선(인터넷투고)
◈편협한 인종관 버려야
남편은 미국회사에 다니고 있는 미국인 컴퓨터 엔지니어다
남편 회사 상사들이 미국에서 오셔서 대구에서 유명한 라이브 호프집으로 모시고 갔다.
그곳은 연령대가 비교적 높은 사람들이 많이 찾고 또 라이브 밴드로도 유명한 곳이라 모시고 갔던 것이다
모두 앉아서 좋은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어떤 여자분이 갑자기 나에게 땅콩을 던졌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한마디 하자 한국 땅에서 영어쓰는 것들이 부끄러운줄 알아라고 고함을 지르면서 외국인이랑 같이 다니는 게 당당하냐는 등 입에 담지 못할 험한 소리를 하는 것이다.
너무 화가 나서 우리도 한마디를 하고 싸움은 커지자 직원들이 와서 말렸다.
거기 있던 대부분의 나이 지긋한 손님들도 우리에게 상대는 지금 술이 취해서 말조차 통하지 않으니 그냥 무시하라고 달랬다.
어차피 사과는 받지도 못할테고 싸워봤자 똑같다는 생각에 그냥 나가려고 하는데 나에게 대뜸 에이즈에 걸렸다고 욕하는 것이었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미국내에서의 설문조사 결과 140개국 중에서 인종차별을 가장 많이 하는 국민으로 한국인이 뽑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무리 단일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어떠한 이유로든 인신공격자체는 나쁘다고 생각한다.
그런 언행을 하는 자체가 언어폭력인데도 말이다.
우리나라도 변하고 있는데 소수의 무지한 사람들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이런 창피함을 겪어서는 안될 것이다.
정세정(대구시 대명9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