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만 봤는데 이렇게 재미 있을지는 몰랐어요".
캐나다인 소냐와 실비아(24)는 연신 땀방울을 닦아내면서도 '작품'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었다.
바로 옆에 자리를 틀고 앉은 초등학생 서너명도 정신을 쏟고 있기는 마찬가지. 이들은 서로의 작품을 비교해가며 국경과 세대를 넘어 하나되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월드컵경기장 한편에 마련된 '아트 프라자'. 대구미술협회가 마련한 이곳은 전통 미술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도자기 빚기와 목공예, 한지를 이용한 부채만들기 등 13개의 다양한 부스가 만들어진 아트프라자에는 1천여명이 몰리는 주말을 빼고도 매일 500~600명 이상의 외국인과 시민들이 찾는 빠질수 없는 U대회 문화 행사장.
25일 오후 이곳을 찾은 영어강사 소냐와 실비아는 "한국에 온 지 1년7개월이 됐는데 잊지 못할 추억거리를 만든 것 같다"며 "내손으로 직접 도자기를 빚어 볼 수 있다는 것이 흔치 않은 행운"이라고 연신 웃음을 지었다.
이들은 이미 '먹으로 그림 그리기' 코너에서도 부채 만들기 체험을 한 뒤였다.
도자기 부스를 책임지고 있는 장지성(25·여)씨는 "지난 주말에는 300여명이 도자기를 만들어 갔다"며 "처음에는 체면치레를 하던 노인분들도 조금만 지나면 다른 참가자와 웃음을 나누며 체험 행사를 즐긴다"고 말했다.
목공예도 자리잡기가 힘들 정도로 가장 인기를 끄는 부스 중 하나. 행사 관계자는 "매일 자원봉사자로 나오는 5명의 전문작가들의 지도를 받아 참가자들이 작은 장승과 솟대, 목걸이 등을 만들어 간다"며 "참가자들이 즐거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고 했다.
아트프라자를 제대로 체험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줄잡아 서너시간. 하지만 꼬마들이나 함께 온 부모, 외국인들까지 발길이 계속 이어지는 탓에 당초 8시였던 폐장 시간을 1시간 연장했을 정도다.
대구미협 이근화 사무국장은 "매일 40~50여명의 지역 작가들이 봉사자로 나서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며 "25일부터는 월드컵 경기장에서 필드 경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만큼 외국인들의 참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트프라자 입구에는 CD에 뒷면에 지금까지 이곳을 찾은 참가자들이 직접 쓴 글들을 모아 줄로 엮은 '희망의 CD트리'가 설치돼 있다.
CD에 쓰여진 다양한 언어와 문구들이 말해주듯 미술체험관도 인종과 이념을 넘어 함께 즐기는 '벽이 사라진 공간'이 되고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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