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잦은 비...풍년농사 '빨간불'

입력 2003-08-25 11:28:15

올 봄부터 계속된 비로 마늘, 고추, 사과 등에 각종 병해가 발생, 예년에 비해 수확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5일 또다시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면서 최근의 저온 현상까지 겹쳐 벼농사 마저 출수장애 현상이 나타나는 등 풍년농사에 빨간불이 켜졌다.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비로 우려되던 대흉년이 실체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미 밭작물을 그르친데 이어 벼농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

경북북부지역에는 일부 평야지를 제외하고 벼 출수가 7∼10일 늦어 만생종의 경우 아직 출수가 되지 않은곳이 수두룩하고 일조량도 평년도 보다 20%이상 부족해 결실이 되지 않고 있다.

안동 의성을 비롯한 경북 북부지역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벼농사 경우 지난 13, 14, 15일 동안 밤기온이 17도 이하로 떨어지는 저온현상이 지속되면서 벼 패는 시기가 지연 되거나 불안전, 불능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벼농사는 17도 이하의 기온이 5일간 지속될 경우 수정 일부 저해, 14일 동안 지속될 시에는 모든 꽃의 불임이 올 수도 있다.

실제로 올해는 잦은 비로 벼의 키는 예년에 비해 다소 커졌으나 가지 수는 오히려 감소했으며, 큰 키는 태풍 등에 쓰러질 위험이 있어 풍년농사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는 것.

게다가 지난 17, 18, 19일 3일간 내린 비로 의성을 비롯한 북부지역 일부에서는 벼가 침수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올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마늘, 양파 후작으로 심은 벼는 키가 재대로 자라지 않고 가지수도 부족한 등 전반적으로 생육이 부진 극히 부진해 엄청난 감수피해가 예상된다.

농민 김현진(46.의성군 비안면 쌍계리)씨 부부는 "출수기 벼가 침수되면 벼농사에 치명적"이라며"올해는 유난히 잦은 비로 각종 병해가 극성을 부려 영농비와 노동력은 더들어가는 판에 침수피해까지 겹치는 등 농사짓기가 너무 힘든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을 더욱 나쁘게 만들고 있는 것은 병충해다. 이삭도열병이 만연하고 벼멸구 등 이 평년 보다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잦은 비때문에 적기 방제도 어렵고 방제 효과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경북 북부지역의 한해농사를 좌지우지하는 고추농사는 이미 폐농에 가깝다.

의성 경우 생육기간인 5월1일∼7월28일 사이 평년에 비해 평균기온이 1.4도 정도 낮은데다 일조시간 또한 173.1 시간이 부족했다.

반면 강우량은 평년에 비해 284mm가 더 내렸고 강우일수 역시 52일로 평년에 비해 20일 많아 1.7일에 한번 꼴로 비가 내렸다.

이같은 일기불순은 생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수확이 예년에 비해 7∼10일 정도 수확이 늦어진 가운데 각종 병해가 급속도로 확산, 역병 및 습해가 590ha, 탄저병 23ha, 반점 세균병 18ha, 담배나방 20ha 등 예년에 비해 55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안동.영양의 경우 물빠짐이 좋지 않은 저지대 고추밭 40∼50%가 전멸한데다 성한곳도 비가 자주내려 다익은 열매가 무름병으로 썩어가고 있다.

사과밭 또한 예외는 아니다.

잎에 갈색 반점이 생기면서 떨어지는 갈반병 경우 전체 사과 재배면적의 60%까지 번졌으며, 추석에 출하되는 조생종 사과인 아오리와 홍월, 홍로 등에는 70% 정도가 발병돼 추석대목을 노리는 농민들을 애타게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농가에서는 추석대목을 노려 낙과방지약 등을 살포하지만 잦은 비로 이마저 큰 효과는 거두고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예년 이맘때 쯤이면 조생종 아오리 출하가 한창인데 성장부진과 품질저하로 농가에서 내다 팔게 절반이나 줄었다. 추석 무렵 출하하는 홍로도 재대로 수확할 것이 없는 실정이다.

만생종인 후지 등도 습해와 저온현상으로 곰팡이평이 만연, 조기 낙엽현상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열매성장이 부진, 근래 들어 유례없는 흉작이 예상되고 있다.

한편 영덕군의 여름철 대표적 특산품이기도 한 복숭아 조.중생종은 이상기온 영향으로 병충해가 창궐, 낙과 등의 피해가 수년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실제 피해율에 대해 농민들은 40%이상이라고 했고, 영덕군농업기술센터도 30%에는 달할 것으로 집계했다.

권영하(61.안동시 남후면 무릉리)씨는 "또 비가 오니 정말 올 농사는 거둘게 없을 것 같다" 며 허탈해 했다.

궂은 날씨로 인한 병충해 때문에 이미 3천평의 고추 농사를 수확도 재대로 못한채 이미 폐농하고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던 벼농사 마저 작황이 극히 부진하기 때문이었다.

안동시 풍천면 등지의 하우스 특작물 농사는 사실상 접게 됐다. 지난주 국지성 호우때 상당수가 침수피해를 입은데 이어 회복할 사이도 없이 비가내려 수세를 유지할 수도, 병충해를 막을 수도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성렬(54. 안동시 와룡면 산야리)씨는 "부진했던 전기 농작물 작황이 장마이후 일기가 좋아지면 조금이나마 회복될 것으로 기대 했으나 여전하고 앞으로 태풍까지 남아 암담할 뿐" 이라고 말했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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