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천사' 시민 서포터스-"우리 선수처럼"...폭염보다 더 뜨거운 응원

입력 2003-08-24 07:52:03

각국팀 서포터스들의 응원 열기가 갈수록 무르익고 있다.

행정당국의 지원을 받으며 결성된 시민 서포터스는 물론이고 자발적 서포터스까지 조직돼 곳곳에서 한국의 인정을 전하고 있는 것.

이들은 30℃를 넘는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경기 내내 수기와 환호성으로 활기찬 응원을 펴 외국 선수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그 중에는 직장에 휴가를 내고 참가하거나 다른 도시에서 자발적으로 달려 온 사람들도 적잖다

지난 22일 오후 대구시민체육관. 터키와 카자흐스탄의 남자농구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에서는 두 나라 선수단을 응원하는 시민서포터스 목소리로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

100여명의 터키 서포터스 회원 중 윤정자(48·여)씨는 부산 송도에서 달려온 경우. 피부관리 일을 동료에게 맡기고 왔다는 윤씨는 "이번 기회가 아니면 이런 큰 대회를 언제 접해볼 수 있겠느냐"며 "다른 나라 선수단을 위해 응원하는 것이 너무 신난다"고 했다.

그 옆에서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카자흐스탄 팀을 응원하는 서포터스는 140여명. 이들은 카자흐 말까지 미리 익혔는지 "니체보(괜찮아)" "하라쇼(잘했다)" 등을 외치고 있었다.

판매 회사에서 월차 휴가를 내고 참가했다는 김정근(41·대구 파동)씨는 "카자흐 선수들이 우리와 많이 닮아 더 친밀감을 느낀다"고 했다.

파동 주민자치위 이백운(64) 위원장은 "동민 개개인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줘 아무 어려움도 없다"고 했다.

이날 이 경기장에서는 시민서포터스 외에도 한 교회 신자팀과 서부초교 5년생팀 등도 자발적으로 응원전을 펼치고 있었다.

같은 날 오후 영국 대 모로코의 축구경기가 열린 대구시민운동장 전광판엔 당시 기온이 34℃라고 표시돼 있었지만 땡볕에도 불구하고 응원전은 대단했다.

"이런 무더위에 서포터스인들 찾아 오겠느냐" 싶었지만,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오후 4시10분쯤 되자 수많은 시민서포터스 회원들이 관중석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들은 수기를 흔들며 선수들이 관중석과 가까워질 때는 환호성을 올려 사기를 북돋웠다.

모로코를 응원하던 김우호(30·대구 안심4동)씨는 "근무하는 중소기업체에 휴가를 내고 참가했다"고 말했고, 그 반대쪽 스탠드에서는 50여명의 영국팀 서포터스가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었다.

충남 서산에서 서포터스 회원을 자원해 달려 왔다는 대학생 이종광(20)씨는 "이렇게 열심히 응원하니 절로 흥이 나고 멀리서 찾은 보람이 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다른 한편의 스탠드에서는 칠곡 관천중 1천여명의 학생들이 영국 축구팀을 연호했다.

김지연(14·여·태전동)양은 "TV에서 보던 것보다 운동장이 작다"면서 경기 중이던 영국 선수가 관중석 가까이로 달려 오자 "와"하며 응원 목청을 더 높였다.

창원에서 달려 와 영국팀 등 5개국 팀 통역을 맡았다는 자원봉사자 권아영(23·여)씨는 "영국팀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 선수들도 이런 서포터스의 정성과 응원에 감탄해 마지 않는다"며, "선수단은 만날 때마다 '원더풀'을 연발한다"고 뿌듯해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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