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U'도우미들 "우리도 대구사람"

입력 2003-08-23 10:40:12

파란 눈의 유럽인, 검은 피부의 아프리카인이 U대회 성공을 위해 함께 뛰고 있다.

대회 관련 행사 참석차 대구를 찾아 민박했던 외국인은 대구의 아름다움과 친절함에 찬탄을 거듭했다.

이들은 U대회가 대구와 한국에 절호의 업그레이드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저 한국 말 잘해요

"지금의 대학생들은 각국의 미래 지도자들입니다.

U대회는 세계 대학생들이 한국에 대해 호감을 갖게 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입니다".

대회조직위 국제협력단에서 지원요원으로 일하는 아프리카 서부 코트디부아르 출신 바카요코 바카리(29·사진)씨는 대구 시민들이 U대회의 의의를 깊이 인식하길 바랐다.

프랑스어·영어에 능하고 한국어도 유창하게 구사하는 그는 지난 3월부터 불어권 아프리카 국가에 대회참가 요청서를 보내고 경과를 점검하는 일을 도맡았다.

해당국 선수들의 항공권 예약, 통행 비자 받기, 입국 수속 등 모든 과정을 체크하고, 긴급 상황이 생기면 즉각 조치가 가능토록 관련 기관을 연결한다.

작년 월드컵 대회 때 자원봉사했던 그는 이번에도 지난 2월에 봉사를 신청했다가 단기 직원으로 일해보지 않겠냐는 관계자의 권유를 받아 들였다.

"아프리카 국가들과 한국의 시차가 9시간이나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밤 늦게까지 전화에 매달려야 하지요. 일은 재미있지만 종일 잠에 취해 지내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듭니다". 바카리씨는 같은 대륙 출신이 U조직위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아프리카 선수들이 더 안도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코트디부아르 코코디대학 1년 과정을 마치고 1998년 12월 계명대 경영학과에 편입했다는 바카리씨는 한국 고속 성장 과정의 숨은 비밀을 알고 싶다고 했다.

그 기술만 배우면 한국보다 국토가 넓고 자원이 많은 조국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것. 아직 전통적인 모습이 남아 있는 대구가 서울보다 좋다는 바카리씨는 내년 1월 프랑스 인세드대학으로 옮겨 경영학 석사과정을 밟을 계획이다.<

▨세계는 넓고 나라도 많다

"세계에는 다양한 국가들이 있다는 사실을 U대회를 계기로 한국인들이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벨기에인 부루노 캠스(42·사진)씨의 주업무는 파나마, 페루,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 선수단의 예약을 확인하고 비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 영어·스페인어·프랑스어·일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하다고 자랑하는 그는 "통행 비자 발급에 문제가 생기거나 항공료를 지불할 수 없어 선수들이 대회에 불참하게 됐을 때는 참 안타까웠다"고 했다.<

대경대 호텔조리학부 교수인 캠스씨에 따르면 자신은 작년 6월 말 입국해 지난 3월부터 영자신문인 코리아타임스에 기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첫 기고가 실린 신문이 배달돼 왔을 때 거기서 U대회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를 보고 신청했다.

하지만 대회조직위는 역시 단기직원으로 일할 것을 권유했다.

한국인의 열정과 솔직함이 마음에 든다는 캠스씨는 "세계인들은 한국에 대해 오해가 깊다"고 했다.

저개발 국가라거나, 곳곳에 범죄가 들끓고 정치적으로 불안한 나라로 생각한다는 것. 그럴수록 그는 "U대회가 그런 오해를 풀어 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언했다.

▨대구는 Clean, Green, Wonderful!

"홈스테이로 묵는 집의 음식도 좋고 도시도 너무 아름다워 잘 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제학술회의 참가, 자국 선수단 응원 등을 위해 지난 15일 대구에 도착해 홈스테이 가정에 머물러 온 필리핀 세인트 폴 대학 오스카 M 터링건(42) 교수는 대구의 아름다움과 민박가정 가족들의 환대에 놀라움과 감사를 거듭 얘기했다.

"대구에 도착하는 순간 경이롭고, 깨끗하고, 푸른(Wonderful, Clean, Green)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거리가 너무 깨끗해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터링건 교수는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 낯설음을 기대했다가 대구공항 입국장에서 기다리다 내 이름을 부르며 이름이 적힌 큰 종이를 들고 서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놀랐다"고 했다.

그를 맞으러 공항까지 나간 사람은 김미숙(39·대구 시지동)씨 가족들. 필리핀 손님을 집으로 모시기로 한 홈스테이 신청 가정이었다.

작년 월드컵 대회 때 영국인 1명을 11일간 민박시키기도 했던 김씨와 남편 남두홍(40)씨, 아들 현우(13·오성중1) 관우(10·고산초교3)군 등 네 식구는 김치·불고기·된장찌개 등 고유 음식을 매일 식탁에 올려놓으며 한국 음식 알리기에 열심. 방도 온돌방으로 내 줬다고 했다.

이 모두를 터링건 교수가 좋아해 다행이라고 김씨는 말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김씨는 인터넷에 여행 사이트(http://my.dreamwiz.com/ms1055)를 운영할 정도의 준전문가. 때문에 터링건 교수와 나눌 이야깃거리도 충분했다.

가족들은 손님을 모시고 지난 19일 U대회 주경기장에서 열린 개회식 리허설을 지켜 봤고, 20일 오후엔 약령시·경상감영공원 등 시내 투어도 했다.

터링건 교수는 그 나름대로 18, 19일 이틀간 경북대·에어포트호텔 등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는 등 바쁘게 지낸 뒤 23일 대구를 떠났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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