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육섹션 부모랑 자녀랑-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꼬리 빠진 호랑이)

입력 2003-08-22 15:48:35

옛날 옛날에 호랑이 한 마리가 산 속을 돌아다니다가 토끼를 만났어.

"토끼야, 잘 만났다.

마침 내 배가 몹시 고프니 너를 잡아먹어야겠다".

"아유, 나같이 쪼그만 걸 잡아먹고 배가 부르겠어요? 날 살려 주면 맛있는 떡을 잔뜩 먹게 해 주지요".

그 말에 그만 호랑이 귀가 솔깃해지지. 아, 떡도 먹고 토끼도 잡아먹으면 좀 좋아? 그래서 얼른 그러라고 했어.

토끼는 냇가에 가서 반들반들한 돌멩이 열한 개를 주워 가지고 왔지. 그리고 삭정이에다 불을 지펴 돌멩이를 구웠어. 돌멩이가 빨갛게 달아오르니까,

"마을에 가서 꿀을 얻어 올 테니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세요. 떡이 딱 열 개 있으니 한 개라도 집어먹으면 안 돼요"하고는 꼬리가 빠져라고 달아나버렸어.

그것도 모르고 호랑이는 토끼를 눈이 빠지게 기다렸지. 기다리다가 떡을 세어 보니 열 개가 아니라 열한 개거든. 호랑이는 좋아라고 냉큼 돌멩이 한 개를 집어삼켰어. 빨갛게 달아오른 돌멩이를 삼켰으니 뱃속이 뜨거워서 견딜 수 있나.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때굴때굴 구르고 야단이 났지.

얼마 뒤에 호랑이가 토끼를 다시 만났어.

"네 이놈, 잘 만났다.

너를 한 입에 잡아먹어야겠다".

"아유, 나같이 쪼그만 걸 잡아먹고 배가 부르겠어요? 날 살려 주면 새를 많이 잡아먹게 해 주지요".

그 말에 그만 호랑이 귀가 솔깃해지지. 아, 새도 잡아먹고 토끼도 잡아먹으면 좀 좋아? 그래서 얼른 그러라고 했어.

토끼는 호랑이를 덤불 옆으로 데리고 갔지.

"여기서 눈을 딱 감고 입을 쩍 벌리고 앉아 있으면 새가 입 속으로 다 들어갈 거예요"하고는, 덤불에 불을 질러 놓고 멀리멀리 도망가 버렸어.

덤불이 타닥타닥 불에 타는 소리가 나니까, 호랑이는 새가 날아오는 소린 줄 알고 입을 더 크게 벌리고 있었지. 그런데 암만 있어도 새는 입에 안 들어오고 몸만 뜨거워지거든. 눈을 떠 보니까 온 덤불이 불에 타고 있지 뭐야. 호랑이는 죽을 고생을 다 해서 불구덩이를 겨우 빠져나왔어.

겨울이 되어 호랑이가 이리 저리 다니다가 토끼를 또 만났어.

"이 못된 놈아. 당장 너를 잡아먹을 테다".

"아유, 나같이 쪼그만 걸 잡아먹고 배가 부르겠어요? 날 살려 주면 물고기를 많이 잡아먹게 해 주지요".

그 말에 그만 호랑이 귀가 솔깃해지지. 아, 물고기도 잡고 토끼도 잡아먹으면 좀 좋아? 그래서 얼른 그러라고 했지.

"저기 개울가에 앉아 꼬리를 물 속에 담그고 있으면 물고기가 저절로 꼬리에 붙을 거예요".

호랑이가 그 말대로 개울물에 꼬리를 담그고 앉아 있었지. 그 동안에 그만 개울물이 꽁꽁 얼어붙었어. 호랑이가 아무리 꼬리를 올리려고 해도 안 올라오거든.

"토끼야, 물고기가 너무 많이 붙었나 보다.

꼬리가 안 올라오는 걸 보니".

"헤헤, 저런 바보. 꼬리가 얼어붙었으니까 안 올라오지".

그제서야 속은 걸 알고 호랑이가 분이 나서 토끼를 잡아먹으려고 왈칵 일어섰지. 그 바람에 호랑이 꼬리가 뚝 잘렸대.

토끼는 그 사이에 멀리 멀리 도망갔지.

재 너머 할머니가 그러는데, 아직도 꼬리 빠진 호랑이가 토끼를 잡으려고 쫓아다닌대.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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