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응원단 '파도타기' 등 감동의 물결

입력 2003-08-22 13:54:45

남과 북이 마침내 하나가 됐다.

북한 남자 배구 첫 경기가 열린 21일 대구체육관에서 처음으로 만난 남과 북의 응원단은 너나할 것 없이 한데 어우러져 뜨거운 합동 응원을 펼쳤다.

북한 응원단에서 시작된 파도타기 응원이 마치 각본에 짜여진 것처럼 자연스레 서포터스, 아리랑응원단 등 남측 관중들에게로 전염이나 되듯 연결되면서 감동의 물결을 만들었다.

북한 응원단이 '우리는'을 선창하면 대구 관중들은 곧바로 '하나다'고 외치며 뒤를 받쳤다.

파도타기 등 남과 북의 합동 응원은 경기가 끝날때까지 쉼없이 이어져 경기장을 시종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빨간색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한 북한 응원단은 응원 리더의 손과 몸짓에 맞춰 준비한 짝짝이로 박수를 치는가 하면 고개를 옆으로 젖히며 '얼싸'하는 추임새를 넣었다.

또 '우~리 민족끼리 조국통일', '우리는 하나다' 등 구호를 선창할 때 귀를 쫑긋하며 듣는 제스처를 취하거나 남측 응원단에게 손을 뻗어 다음 구호를 이어가라는 몸짓으로 합동 응원을 유도하기도 했다.

북한 응원단 김윤희(20.평양 외국어대)씨는 "방학이 시작된 8월 초부터 응원 연습을 시작하는 바람에 연습한 기간이 며칠 되지 않지만 이렇게 한민족끼리 함께 응원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좋다"며 "비록 우리팀이 경기에 져서 아쉽지만 바로이어 경기를 하는 남한팀은 꼭 이길 수 있도록 열심히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응원단은 북한팀의 경기가 끝난뒤 남한팀의 경기가 시작되자 1세트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남한 응원단과 함께 계속 응원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김성배(49.대구시 서구 내당동)씨는 "북한 응원단과 함께 응원하고 싶어 북한 경기를 예매했고 북한 경기는 물론 남한 경기까지 원도 한도 없이 함께 응원할 수 있어 너무 기분이 좋다"며 "북한 응원단 모두가 딸, 동생같이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북한 서포터스, 아리랑 응원단 등 유니폼을 갖춰입은 수천명의 남측 응원단도 이에 뒤질새라 한반도가 그려진 깃발을 들고 목이 터져라 북한팀을 응원했다.

10×15m짜리 대형 한반도기가 펼쳐질땐 남북 합동 응원의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이날 500여명이 참석한 통일U시민연대 아리랑 응원단 김두현 대회협력국장은 "첫 응원이라 서툰 점이 많았는데도 북한 응원단과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점점 매끄러워지고 뜨거워지면서 역시 우리는 하나라는 것을 느꼈다"며 "남북 공동 응원단 구성안을 대구시를 통해 북한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한 응원단은 또 남과 북의 합동 응원 중에도 남한 관중석에 있는 여중생들에게 "몇학년이냐", "경기에 이겨 꼭 평화통일하자"며 말을 건네는 등 친언니같은 모습을 보여 진한 동족애를 전하기도 했다.

김지아(15.성화중 3년)양은 "북한 응원단 언니들이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에 꼭 들어가고 대학생이 되고 통일이 되면 평양에서 만나자'고 했다"며 "북한 언니들이 친형제처럼 느껴지는 등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과 북이 하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