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대회...청와대 '이득', 한나라 '손해'

입력 2003-08-22 10:57:38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우여곡절 끝에 참가해 대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치권은 U대회와 내년 총선의 상관 관계를 셈하느라 바쁘다.

특히 북한이 불참-참가의 시소를 벌이며 극적 효과까지 가미해 월드컵이 대선에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U대회 또한 내년 총선에서 대구.경북의 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정가에서는 대체로 청와대는 이득, 민주당은 본전, 한나라당은 손해로 계산하고 있다.

▨대구시=보수진영의 8.15 집회에서 인공기를 찢은 것을 빌미로 북한이 U대회 불참을 통보하자 지역출신 인사들은 한결같이 "대구는 되는 일이 없다"며 낙담했다.

조해녕 대구시장은 U대회를 통해 지하철 참사로 빚어진 리더십 위기에서 벗어나고, 대구 또한 가라앉은 분위기를 일신하는 계기로 삼으려 했는데 이같은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된 것.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유감 표명으로 북한이 대회 참가로 선회하자 "대구.경북으로서는 참 다행이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앞으로 대구시가 할 일은 U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로 만드는 일만 남았다.

▨청와대=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의 사과 요구에 '유감'으로 화답해 이념논쟁을 불러 일으켰으나 U대회 붐이 일며 국민들이 긍정 평가, 예상치 못한 이득을 얻고 있다.

연합뉴스가 네티즌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68%가 유감 표명을 긍정 평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통령 취임후 6개월만에 처음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며 희색이 만면하다.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도 "대회는 성공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 같은 국민 여론과 무관치 않다는 풀이다.

당초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 미국을 자극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으나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 성사 등으로 별다른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대구.경북 의원들은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8.15 집회에 참석해 U대회 불참 통보의 빌미가 되자 안절부절못했다.

"계속 악재만 겹친다"며 최 대표를 성토하는 의원도 있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유감 표명으로 북한이 참가하자 한편으론 안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대구.경북 잔치에서 정작 한나라당은 아무 떡고물도 챙겨먹지 못하고 있다"며 조바심을 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 최 대표가 집회에 참가해 한나라당 텃밭인 대구 잔치를 망칠 뻔한 것을 노 대통령이 살린 점을 집중 부각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문석호 대변인 등은 연일 U대회 관련, 논평을 내고 각종 회의에서도 어김없이 U대회를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구주류는 "대회는 성공해야 한다"면서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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