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북한이 U대회 불참의 뜻을 내비친 후 하루 만에 참가의사를 밝혀 와 대회개최를 위한 준비가 다시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U대회의 개최지인 대구로 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이러한 입장 번복을 과거에 여러 번 겪어온 터라 18일 북한의 U대회 불참 시사에도 불구하고 잘 되겠지 하며 낙관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U대회 조직위와 대구시, 선수촌, 응원단 숙소, 북한서포터스 등에서는 여간 곤혹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일이 일부에서는 이전 정부에 비해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소홀히 한 데 대한 불만표시와 남-남 갈등 야기,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이달 말로 예정된 6자회담에 대한 전형적인 기선 잡기를 위한 것이라 분석하기도 한다.
하여간 문제의 직접적인 발단은 지난 '8.15 국민대회'에서 남한 보수단체들의 '인공기 소각'과 '김정일 초상화 찢기'에 있다.
한 나라의 상징물을 태우거나 찢는 일은 그 나라의 체제에 대한 거부를 뜻 하므로 북한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는 집회.시위의 자유가 보장됨에 따라 이러한 일이 심심찮게 일어날 수 있고,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북한이 알았으면 한다.
북한의 불참시사 직후 정부 내에서 논란이 있었으나 19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이 인공기 소각 등에 대해 '유감'을 표명함으로써 이날 오후 북측에서 대구U대회 참가를 통보하게 되었고, 문제가 일단락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직접적인 '유감' 표명에 따라 보수측의 반발이 예상되나, 무엇보다도 U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최고 통수권자로서의 결단은 잘된 것이라 본다.
북한이 정몽헌 현대아산회장 사망 이후 자칫 소원해질 수 있는 경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입장이라 U대회 참가를 끝가지 거부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통상 스포츠와 정치와의 연관성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화의 시대에 국제스포츠대회가 드러나게 정치적으로 이용된다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시대에 뒤떨어지는 감이 있다.
북한이 이달 말에 열릴 6자 회담을 앞두고 기싸움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U대회 참가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면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다.
지금 남북은 여러 사안에서 교류를 진행시키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북한이 사회.문화교류의 한 축으로서 스포츠 교류를 끊어서는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다.
지금까지 남북한은 여러 접촉 경로를 통해 과거보다 서로를 좀 더 잘 알게 되었고, 더욱 더 성숙한 상호 신뢰구축 단계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다.
유럽에서는 지난 70년대 초부터 동.서간의 신뢰구축을 위해 '유럽안보협력회의(CSCE)'라는 대화체를 통해 우선 경제협력과 사회.문화교류를 기반으로 신뢰를 쌓았고, 이어서 정치적.군사적으로 신뢰를 구축함에 따라 동.서의 벽을 허물게 되어 우리에게 좋은 교훈을 남겼다.
남북한간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 이러한 신뢰구축이 필요한데, 이번 일에서 본 것과 같이 상호 벽이 높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점진적으로 경제협력과 스포츠 교류,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적 교류와 같은 사회.문화교류가 바탕이 되어야만 진정한 정치적.군사적 신뢰구축이 이루어질 수 있다.
기능주의적 통합이론가 미트라니(Mitrany)의 논리에 따르면 한 부문에서 형성된 기능적 협조는 다른 분야의 협력을 유도한다고 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남북한의 스포츠 교류는 남북한 화합을 이루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남북한은 1991년에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에서 "교육, …. 체육과 신문.라디오.텔레비전…. 여러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실시한다"고 규정하였고, '6.15남북공동선언'에서도 "사회, 문화, 체육, 보건, 환경 등 제반분야의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 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00년 9월 시드니올림픽에서 남북 동시입장, 2002년 9월 7일 남북통일축구대회의 개최와 2002년 9월 29일에 개최된 부산아시안게임에 북한선수단이 출전하고 응원단까지 오게 된 것이다.
이번 북한의 최종적인 U대회 참가 결정에 따라 18일 무산된 경협합의서의 발효를 위해 상호 노력하고, 제6차 남북 철도.도로 연결 실무접촉 등의 일정도 예정대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6자회담뿐만 아니라 향후 지속적인 남북 교류를 위해서 이번 U대회를 통해 서로를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제 북한의 U대회 참가문제가 해결되었으니 세계 젊은이들의 스포츠 축제가 성공적으로 치러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U대회를 기점으로 대구의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대구가 세계인이 주목하는 도시로 거듭나길 바란다.
그리고 21일의 개회식에서 남북한이 또다시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동시에 입장하는 장면을 전 세계인이 보았으면 한다.
이승근(계명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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