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보훈처 승격과 독립기념관 개편

입력 2003-08-20 08: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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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부터 국가보훈처 승격 문제가 화제로 떠올랐다.

보훈의 달을 맞아 국가유공자와 유족에게 베푼 청와대 오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보훈처의 위상을 차관급에서 장관급 부서로 한 단계 높이겠다는 약속에서 비롯되었다.

본래 이 부서는 1961년에 군사원호청으로 출발하였고, 원호처(1962년)를 거쳐, 1985년에 오늘의 명칭인 국가보훈처로 발전하였다.

그런데 1998년에 정부기구 축소과정에서 국가보훈처가 장관급 부서에서 차관급 부서로 격하되면서 급격하게 위축되었다.

기구조정은 부서 격하만이 아니라 산하 기구인 보훈연수원의 폐지에다가 지청 축소마저 가져왔고, 예산과 추진 사업마저 크게 약화된 것이다.

기구가 위축되는 반면에 업무는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났다.

기존의 독립유공자 포상과 전공유공자에 대한 기본 업무도 날로 늘어났지만, 고엽제 피해장병을 비롯한 베트남전 참전용사에 대한 예우와 민주화운동에 대한 평가와 보상 등에 관한 업무는 하중을 가중시켰다.

게다가 독립유공자의 심사와 포상문제만 하더라도 과업은 날로 늘어났다.

즉 과거에 주로 신청을 받아 심사하고 포상하던 것을 직접 자료를 발굴하여 후손을 찾아 포상하는 전향적인 정책을 펴 나가면서 업무량은 폭주하게 되었다.

여기에다가 지금은 민족의 정체성 확립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보훈업무의 새로운 도약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국가보훈처에 대한 보훈부로의 승격 문제가 논의되고, 그 결과 당정협의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갑자기 행정자치부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국가보훈처와 함께 격하된 국정홍보처와 법제처가 반발하고, 더구나 '작은 정부'라는 지향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지면에 한계가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독립유공자의 포상 문제만으로 논의를 한정해 본다.

독립운동을 펼치다가 희생된 인사가 20만명을 넘는데, 지금까지 독립유공자로 포상된 인원은 9천 300명 선이다.

포상자가 많지 않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유공자나 그 후손들이 유공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사실 때문이다.

자료를 찾기도 어렵지만, 대개 후손들의 형편이 어려워 여기에 접근할 여력조차 없다.

따라서 국가보훈처가 나서서 이들의 사실입증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위상의 재승격과 필요한 기구의 확장이라는 조치는 긴요한 실정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기구를 크게 키울 수 있는 것이 아님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말 그대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문화관광부 산하 조직으로 편제된 독립기념관을 국가보훈처 산하의 기관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온 국민의 성원으로 지어진 독립기념관은 독립운동의 자료 수집과 보존, 전시와 연구 및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이를 위해 자료실과 전시실 및 독립운동사연구소를 두고 있다.

그런데 독립유공자에 대한 포상은 국가보훈처의 중심 업무 가운데 하나다.

즉 자료는 독립기념관이, 심사와 포상은 국가보훈처가 담당하고 있다는 말이니, 이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이 문제는 연구자들에게도 고스란히 강요되고 있어 양쪽에 자료를 들고 뛰어다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보훈처에서 독립유공자를 발굴하고 심사하며 포상하는 업무를 독립기념관에서 펼친다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첫째, 수집된 자료를 통해 유공자를 발굴하는 업무가 급진전될 것이다.

둘째, 심사과정에서 직접 자료실의 자료를 충분하고도 쉽게 확인함에 따라 충실한 검증이 이루어질 것이다.

셋째, 독립기념관 부설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의 연구업적이 곧 포상문제로 직결되고, 심사에도 그대로 반영될 것이다.

넷째, 이러한 바탕 위에 새로운 사실들이 전시내용으로 연결되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광복절 행사가 독립기념관에서 열리는 이유, 대통령과 함께 입장한 인물들이 문화관광계의 대표가 아니라 국가유공자 중심이라는 사실, 단순한 박물관이 아니라 민족의 독립과 광복을 기념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헤아린다면, 이것이 문화관광부가 아니라 국가보훈처 주관 행사임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독립기념관이 문화관광부 산하 기구라는 점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기구조정만으로도 가능한 일이다.

독립운동에 몸바친 분들 가운데 5%만이 포상된 현실을 부끄러워한다면, 국가보훈처를 재승격 시키면서 독립기념관을 그 산하단체로 개편하기를 강력하게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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